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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부스터샷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2 18:15

수정 2021.08.22 18:15

코로나 팬데믹이 새로운 용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초부터 알파변이, 베타변이를 빈번하게 들었다. 최근엔 델타변이를 자주 접한다. 알파는 영국, 베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델타는 인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다. 심각한 놈이 나타난 순서에 따라 그리스어의 알파벳으로 이름을 붙였다. 해당 국가가 싫어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가장 뜨거운 단어는 '부스터샷(Booster Shoot)'이다. 전염성 높은 델타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부스터샷은 방역당국자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등 국가 최고지도자들도 수시로 언급한다. 국립국어원은 부스터샷을 '추가 접종'으로 정의했다.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접종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 단어 부스터는 추진로켓의 의미도 있지만 약효 촉진제라는 뜻도 있다. 코로나 백신인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는 2번 접종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3번째 백신주사를 맞는 게 부스터샷이다.

사실 부스터샷은 코로나에 직면한 인류의 슬픈 현실이 반영돼 있다. 부의 양극화가 백신에까지 적용된다는 측면에서다. 미국과 세계보건기구(WHO)의 논쟁에서 이 같은 점이 드러난다. 미 보건당국은 9월 20일께부터 전 국민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면역취약 계층 등 일부에만 3회차 접종을 모색하다 대상을 확대했다. WHO가 저개발국 백신 공급을 위해 9월 말까지 부스터샷을 유예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거부했다. 미국에 앞서 이스라엘이 부스터샷에 들어갔고, 독일도 9월에 예정돼 있다.

백신 공급이 지연돼도 '항의'가 전부인 우리 현실에서 부스터샷은 언감생심이다. 백신은 개발, 양산, 분배 죄다 미국 주도다.
K백신은 감감무소식이다. 알파벳 24자가 부족할 정도로 변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다 미국에선 부스터샷 2차, 3차를 맞겠다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저 구경만 하고.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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