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로 대중에게 익숙하다. 10년 넘게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가치투자’의 명가로 존재감을 키운 건 이채원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떠난다고 했을 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가치주 투자는 이제 정말 끝난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가치투자 부활의 사명감’이 새로운 도전의 이유라고 말한다.
그 중심 축은 세상의 조류로 등장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추구하는 ESG는 우호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한 ‘역발상 ESG’다. ESG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안 좋은 기업에 투자를 해서 좋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의장은 “ESG 평판이 안 좋거나 시장의 오해나 편견 때문에 이미지가 나쁜 기업이 대상이다”면서 “이런 기업을 찾아가 극도로 우호적이고 행동주의적인 태도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해당 기업에 찾아가 “우리가 보기엔 이 회사의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데 바꿔볼 생각이 있냐”고 묻고 기업이 거절하면 돌아서고, 의사가 있다면 투자를 시작하면서 저평가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이다.
이 의장은 “우리는 ESG가 안 좋은 기업의 동반자 역할을 할 거고, 펀드 가입자도 행복한 수익률을 얻고, 사회에 기여도 하는 게 목표”라면서 “그래서 펀드 이름을 ‘라이프 한국기업 ESG 향상 펀드’로 짓고, 한 단계 확장된 형태의 가치투자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뉴스1>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라이프자산운용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 “가치주 부활, 고객에게 보답하는 길”
“좀 더 쉬고 돌아오실 줄 알았다”는 기자의 말에 이 의장은 “진짜 더 쉬려고 했다. 다른 곳에 갈 계획이 전혀 없었고, 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에 계속 몸담으려고 했다”며 웃었다. 그런 그가 복귀를 결정하게 된 건 새로운 가치주 투자를 시도해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이채원 키즈’로 불리는 강대권 전 유경PSG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와 다름자산운용 설립자인 남두우 대표가 공동대표로 설립한 회사다. 이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참여했다.
이 의장은 “가치주가 수년간 부진했다. 부진한 상태에서 물러나서 아쉬움도 많았고, 한국금융지주는 물론 고객분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주식시장 환경이 가치주의 장기가치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새로운 개념이 가미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러던 중 대학 후배인 남 대표와 강 대표를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와 강 대표를 연결시켜준 건 이 의장이다. 그는 만남을 주선하고 빠지려고 했지만 두 사람의 설득 끝에 ‘의장’으로 설립에 참여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투자’를 표방하는 만큼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독단 없이 이사회를 통해 투명하게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자리다.
이 의장은 “남 대표의 추진력과 강 대표가 이끄는 뛰어난 멤버들이 함께하면 가치투자의 부활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면서 “한국에서도 가치주가 통용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가치주 저평가, ESG가 원인”…성장금융-ESG-헤지 3개 펀드가 주축
이 의장은 “성장주 사이클로 가치주가 좋지 않았다는 건 빈약한 변명거리”라면서 “그럼에도 가치주가 왜 안 좋았는지를 보면 한국 기업들의 ESG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도덕적이지 않으면 존경받지 못한다. 기업이 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라면서 “대중의 눈치를 보면서 착한척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ESG 행동주의 펀드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달 말 라이프자산운용은 ‘라이프 한국기업 ESG 향상 펀드’를 내놨다. 성장금융펀드, 헤지펀드도 주력 상품이다.
이 의장은 “남 대표가 과거 투자은행(IB) 업무와 CB발행 쪽으로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에 기업의 초기단계에 투자하는 성장금융쪽이 하나의 라인업이 되고, ESG 행동주의 펀드는 하나의 큰 간판펀드가 될 것”이라면서 “ESG 행동주의 펀드가 투자하는 기업은 현금도 많고, 역사가 깊은 성숙한 기업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펀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투자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바로 투자할 수 있도록 ‘라이프 CORE’라는 헤지 펀드를 출시했다”면서 “이는 경기를 타지 않는 투자를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새 출발을 시작한 이 의장은 “그룹의 지원이라는 큰 우산이 사라져서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제일 든든한 후배와 수제자가 함께 간다는 건 든든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사모펀드로 운용도 자유롭고, 집중투자가 가능하고, 이해상충 문제가 없는 우리의 상황은 ESG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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