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한달 앞두고 시장 술렁
수백만명 투자자 고려해야
수백만명 투자자 고려해야
금융위의 입장은 단호하다. 개정 특금법은 지난 3월 25일 시행됐다. 개정안은 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개설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6개월 말미를 줬다. 국제사회에선 암호화폐가 불법 자금세탁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정부가 특금법을 강화한 것 자체를 나무랄 건 없다.
문제는 암호화폐 정책이 오로지 규제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있다. 가상자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덩치만 클 뿐 관련 법·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관할부서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갈 정도다. 반면 규제 쪽은 전광석화처럼 빠르다. 금융위는 거래소를 옥죄고 있고,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소득세(세율 20%)를 물리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국회에서 "9월까지 등록이 안 되면 200여개의 가상화폐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며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현 정부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0일 성명서에서 "거래소 줄폐업, 투자자 피해, 대규모 실직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연간 수백조원에 이르고, 투자자는 600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이 시장을 나 몰라라 외면하는 건 책임 있는 당국이 할 일이 아니다.
끝내 정부가 머뭇대면 국회가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은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래소 신고 기한을 6개월 추가 연장하고, 가상자산 거래 전문은행제도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지금처럼 세금은 물리면서 거래소는 없애겠다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청년세대가 주축인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퇴출이 아니라 연착륙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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