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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의 삶…오페라 '길 위의 천국'

뉴시스

입력 2021.08.24 11:55

수정 2021.08.24 11:55

기사내용 요약
박영희 작곡으로 세계 초연
11월 청주·서울·광주 공연

[서울=뉴시스]24일 열린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류한영 신부(왼쪽부터), 이철수 신부, 지중배 예술감독, 이수은 연출가. (사진 = 천주교주교회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4일 열린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류한영 신부(왼쪽부터), 이철수 신부, 지중배 예술감독, 이수은 연출가. (사진 = 천주교주교회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한국의 두 번째 사제이자 전국을 누볐던 '길의 사나이'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삶이 박영희 작곡가의 오페라로 제작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는 24일 오전 세계 초연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 신부의 삶과 함께 줄거리, 연출 등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길의 사나이', '땀의 순교자' 등으로 불리는 최 신부는 조선 후기 한국의 첫 신학생 3인 중 1인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두 번째 한국인 사제가 된 인물이다. 라틴어로 된 교리를 한글로 번역했다.

당시 박해를 피해 산골에 숨어 지내던 신자들이 손쉽게 천주교 가사를 배울 수 있도록 조선 사회에서 많이 불리던 가사(歌辭) 양식을 활용해 천주가사를 창작한 업적도 남겼다.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 신부의 학식과 성덕을 기려 그를 '가경자'로 선포했다. 재독 작곡가 박영희 소피아 교수는 2002년부터 최 신부에 대한 연구와 함께 작곡을 꾸준히 해오며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오페라를 작곡했다.

CBCK 사무총장인 이철수 신부는 "2021년은 한국 천주교회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라며 "오페라를 통해 삶과 영성을 되새기고자 하는 최양업 신부는 한국의 두 번째 사제로 삼천리 방방곡곡을 다니며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다 과로와 질병으로 돌아가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최양업 신부 초상 (사진 =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2021.8.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양업 신부 초상 (사진 =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2021.8.24. photo@newsis.com
이 신부는 "길 위의 천국을 느끼며 다 쏟아부은 그분의 사랑은 신앙의 후손인 우리가 건설해야 할 새로운 사랑의 천국"이라며 "팬데믹으로 끊어진 사랑의 유대, 허물어진 신앙의 제단을 다시 건설하고 오늘의 천국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총감독을 맡은 청주교구 류한영 베드로 신부는 "최 신부는 1836년 15세의 나이에 마카오로 가서 사제가 되기 위한 신학 수업을 했다.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서양 문물과 학문을 접하면서 조선 시대의 봉쇄된 세계에서 벗어나 서양 문화를 적극 수용한 선구자의 삶을 살았다"며 "그는 서양 음악을 수용하고 한글을 이용해 쉽게 천주교 교리를 설명했으며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 신부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서양 음악을 배운 사람이다. 조선 후기에 유행하던 주변 노래의 곡조를 천주가사에 차용해 서양 음악을 이 땅에 토착화시키려 한 선구자"라며 "또 한자를 모르는 서민층 신자들을 위해 한문 기도서와 교리서를 한글로 번역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노래한 '천주가사'를 보급했다"고 설명했다.

동양 철학과 한국의 소리를 바탕으로 서양 음악을 표현하려 노력하는 박영희 작곡가는 최 신부의 삶에 영감을 받았다.

류 신부는 "박 작곡가는 최양업 신부의 서한집을 우연히 읽고 배티 성지를 순례하며 겸손한 한 인간의 삶을 접한다. 최 신부의 삶은 그녀의 음악 세계에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며 "최 신부의 서한집에 나오는 라틴어 가사로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으며, 최 신부의 삶을 오페라로 작곡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오페라 '길 위의 천국' 무대 시안 (사진 = 천주교주교회의) 2021.8.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오페라 '길 위의 천국' 무대 시안 (사진 = 천주교주교회의) 2021.8.24. photo@newsis.com
독일 트리어시립극장, 울름극장의 부총음악감독 및 수석지휘자를 역임한 지휘자 지중배 로마노 예술감독은 "최 신부와 박 작곡가는 200년이란 시간차를 뛰어넘어 한마음 한뜻으로 만났다"며 "이번에 세계 초연될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을 통해 우리는 옛 시대와 현시대, 한국과 서양문화의 화합을 꿈꾼다"고 기대했다.

대본을 맡은 고연옥 작가는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은 최양업 신부가 스승인 파리외방전교회 마카오교구의 르그레즈와 신부와 리브와 신부께 보냈던 19개 서한을 모은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서한집'을 바탕으로 집필됐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최 신부의 길은 크게 둘로 나뉜다. 무려 7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조국으로 가는 길과 귀국에 성공한 후 조선의 5개도 127개 교우촌을 다니기 위해 12년 동안 해마다 7000리를 걸었던 기나긴 길"이라며 "모든 길에는 숱한 고난과 위험이 있었지만 최 신부는 주저하지도 쉬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수은 연출가는 "역사의 연결은 현재진행형을 만든다. 이 작품을 처음 완독했을 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떠올랐다"며 "최 신부 삶의 일대기는 장티푸스로 쓰러지면서 끝이 났지만 매일 80리 이상 걸어가면서 기록하고 전파한 한국 천주교회의 사명은 오늘날 우리 지역사회 구석구석에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등장인물들 또한 21세기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현재의 이야기다. 기존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과 고난은 인류의 문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항상 존재해 왔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며 전진해 가고 있다"며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흥미로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뉴시스]오페라 '길 위의 천국' 포스터 (사진 = 천주교주교회의) 2021.8.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오페라 '길 위의 천국' 포스터 (사진 = 천주교주교회의) 2021.8.24. photo@newsis.com
최양업 신부의 역할은 한국인 최초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코벤트가든 주역의 테너 박지민 바오로와 독일 브레멘극장 전속 솔리스트 김효종이 맡는다.

성인 최경환 프란치스코 역은 바리톤 김종표, 어머니 이성례 마리아 역은 메조소프라노 양계화, 그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여성들을 함축하는 바르바라 역은 소프라노 장혜지가 연기한다.
노이오페라코러스, 디토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공연은 오는 11월12, 13일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린다.
이후 20,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며 23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는 갈라 콘서트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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