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금부터의 세계’는 인공지능(AI) 소설이다. AI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 AI가 쓴 소설, 그것도 꽤나 묵직한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이제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알려진 인공지능 소설은 하나같이 초단편에 불과했다. AI 작가가 쓴 한국어 단행본으로 최초인 것은 물론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소설 ‘감독’, 김태연은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세계적인 수학자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AI 소설의 ‘감’을 잡고, 이듬해 AI 소설 스타트업 ‘다품다’를 출범했다.
소설쓰기에 적용된 AI 메커니즘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인공지능의 엔진 역할을 하는 ‘나매쓰’, 그리고 실제로 소설을 쓰는 ‘다품다’이다. 완성된 설계도에 따라 설정을 입력하면, 이 논리적 기계장치는 마법에 걸린 주전자처럼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간(감독)의 몫은 이 소설에서 여전히 작지 않다. 주제와 소재, 배경과 캐릭터를 설정하고 스토리보드를 담당한다. 이야기의 도입부와 서문, 후기 등 부속물을 써야 하고, 그리고 결과물을 정리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말 그대로 소설감독이다. 무엇보다 문예를 학습하고 직접 문장을 쓰는 AI가 어쨌든 인간의 창조물이다.
김 감독은 앞으로 수년 이내에 이 작품에 버금가는 AI 소설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번 개발된 기술은 퇴보하지 않으니 활용 범위의 확대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소설가는 ‘소설감독’으로의 역할 전환이 확장되어갈 것이라고 덧붙인다. 집필의 노동은 기획과 연출로 대체될 것이란 얘기다. ‘취재는 발로 하는 게 아니고,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 소설에는 대학교 수학과의 교재로 쓰여도 될 만큼 전문적인 수학 이론을 전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AI 알고리즘 구성과 조정에 고난이도의 수학적 이해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범용 AI 소설쓰기 엔진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리언어적 사고가 필요하다.
김 감독은 “소설은 수학”이라며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소설에서 다루는 모든 문학적 표현이 가능하며, 소설 자체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