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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코로나와 밥 굶는 아이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5 18:27

수정 2021.08.25 18:27

[fn광장] 코로나와 밥 굶는 아이들
지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우리 사회 각 분야를 강타하고 있다. 정상적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은 서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전 국민(88%)을 대상으로 하는 5차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대상의 희망회복자금을 통해 어려운 국민의 삶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성 지원은 어려운 생계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서민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을 것이다. 발 빠른 정부의 대응이 반갑기는 하지만, 코로나19의 문제가 생계비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은 취약계층에 더욱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 대표적인 집단이 아동이다.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보호하기 힘든 아동에게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많은 어려움을 초래한다.

국제비영리기구인 굿네이버스가 2020년과 2021년에 수행한 '아동 재난대응 실태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가 아동의 삶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의식주는 아동의 4대 권리 중 하나인 생존권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동의 결식 경험이 증가하는 등 기본적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2018년 조사된 내용과 비교하면 하루에 한 끼 이상을 거르는 결식아동 비중이 50%에서 코로나 시기에는 약 64%로 대폭 증가했다.

결식의 이유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식사를 챙겨주지 않아서' 결식하는 비중이 2018년에는 1.3%였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7%대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원격학습 진행과 함께 가정 내 돌봄공백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아동 돌봄의 문제는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가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가정의 문제로 대두됐다.

실태조사 결과는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아동 결식이나 돌봄공백 문제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동의 신체학대와 정서학대가 2020년 대비 2021년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체벌 및 가정폭력을 목격한 경험도 늘었다. 같은 기간에 아동의 불안 및 걱정, 지루함 등 부정적인 정서 수준이 악화하고 보호자의 양육 스트레스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인 것은 그 영향이 취약계층에는 가중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코로나19 동안 아동들의 행복감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공부와 친구 등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형편이 어려울수록 원격교육 등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하는 교육격차 확대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하는 아동기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건은 상처가 그 시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갈 수 있으므로 더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빈곤한 아동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발달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자칫 '빈곤의 대물림'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조사에 참여한 아동과 부모가 이구동성으로 "모두 평등하게 교육받기"를 국가와 지역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권리로 꼽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가 불평등의 심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출발선에서의 교육격차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대응체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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