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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성의 인사이트] 통계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김규성의 인사이트] 통계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통계에 관한 독설을 종종 접한다. 그중에서도 "세상에는 세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문구는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 총리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최초로 언급했다는 설이 있지만,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을 출처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세 가지 거짓말은 정도가 약한 것부터 순서대로다. 가장 심한 거짓말이 통계인 셈이다.

마크 트웨인이 통계수치 자체를 거짓말이라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통계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통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류의 위험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통계치와 현실의 차이가 클 때가 이런 경우일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놓고 최근 벌어진 통계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밝힌 최근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17%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6월 시세로는 79% 상승, 공시가격 기준으론 86% 올랐다며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국가공인통계를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시민단체가 불신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의 7월 수도권 아파트 시세가 한달 새 약 20% 급등했다는 통계도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통계 표본 확대 때문이라곤 하지만 가격지수가 출렁이면서 일관성을 상실해서다. 이전 통계가 현실과 괴리가 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자리 통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현실과는 다른 실업률 통계가 대표적이다. 2020년 실업률은 4%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보조지표인 확장실업률도 13.6%로 같은 기간 1.8%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용상황이 나빴던 것을 감안했을 때 실업률 상승폭이 의외로 미미하다. 낮은 상승폭은 통계작성 기준상 취업준비생, 경력단절 이후 취업을 원하는 여성 등을 실업자로 보지 않고 있어서다. 정규직을 원하지만 편의점에서 시간제로 일을 해도 실업자가 아니다. 청년실업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실업률이 노동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꼽고 있을 정도다.

통계(statistics)의 어원은 국가(statu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국가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통계라는 의미다. 객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통계는 국가뿐 아니라 기업경영에도 매우 요긴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한 전공 분야로 통계학, 통계 분석 마인드를 꼽는 최고경영자도 많다.

다만 정치적 의도가 들어간 현실 왜곡과 억지 해석이 문제다. 만약 서울 아파트 값이 정부 주장대로 10%대만 올랐다면 문재인정부가 스무번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을 리가 없을 것이다. 정부가 유리하게 활용할 통계를 뽑아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책 홍보용 또는 정치색깔이 칠해진 통계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다. 17%라는 통계에 기반을 둔 부동산정책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허울 좋은 통계에 기반을 둔 부동산정책은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벼락거지' '전세난민'을 양산했다. 여기에다 정책 혼란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낭비된 우리 사회의 자원은 또 얼마나 될까. 측정 불가다.

정치의 시대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후보들은 통계로 위기를 말하기도, 기회를 주장하기도 할 것이다.
'벌거벗은 통계'의 저자 발터 크래머의 말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으로 통계를 들먹인다." 대선을 196일 앞두고 과도한 통계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