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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시대… 도미노 물가상승에 서민 허리 휜다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5 18:56

수정 2021.08.25 18:56

에그플레이션·미트플레이션 이어 우윳값 상승 ‘밀크플레이션’ 우려
식품값 올리는 대신 용량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까지 가세 형국
"인플레 잡기 정책 한계 달하며 유행"
‘○○인플레이션’ 시대… 도미노 물가상승에 서민 허리 휜다
대표적인 식품 원재료 가격이 우후죽순 뛰면서 해당 제품 이름을 딴 'OO 인플레이션' 네이밍 현상이 확산되는 조짐이다.

식료품의 기초재료가 되는 원재료 가격 인상이 물가상승에 압력을 가하는 '식품 인플레이션'이 이 같은 바람을 낳고 있다. 연초 에그플레이션(계란) 논란에 이어 하반기에는 미트플레이션(육류), 밀크플레이션(우유)이 물가상승 바람을 타고 유행어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인해 식품 값을 올리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용량축소)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정부의 인플레이션 잡기 정책이 한계에 달하면서 벌어지는 유행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재료값 상승, 도미노 물가상승 촉발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23일) 기준 계란 특란 한 판(30개) 평균 가격은 6823원이다.
계란 가격은 지난해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올해 1월 이후 7000원대를 유지하다 이달 들어 처음 6000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평년(5391원)보다는 27% 높은 가격이다.

계속되는 계란 값 고공행진에 에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계란은 다양한 식품 조리에 포함돼 전체적인 식품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고기 가격 상승은 미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이 단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미국과 브라질 등 세계 주요 육류 수출국들이 연이어 공장을 폐쇄하고 이동마저 제한하면서 육류 가격이 큰 폭으로 뛰자 등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한국도 마찬가지다. 전날 기준 한우등심 100g 가격은 1만3331원으로 평년(1만1530원)보다 16% 높다. 삼겹살 100g도 2592원으로 평년 2180원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달 2차례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 돼지고기 가격을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다.

최근 인상된 원유 가격은 밀크플레이션 우려를 낳는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원유가 사용되는 유제품과 커피, 제과·제빵 등 먹을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낙농진흥회는 이달 1일부터 생산된 원유 가격을 1L에 21원씩 2.3% 올린다는 내용의 청구서를 각 우유업체에 보냈다.

■가격 올리기 꼼수 '슈링크플레이션'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을 원하지 않는 업체들은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크기나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인상 효과를 노리는 전략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종의 꼼수다. 최근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시 기업의 전략은 가격인상, 가격이 낮은 재료로 변경, 포장을 작게 하는 것 등이 있는데 가장 위험부담이 적은 중량을 줄이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성분을 바꿀 경우 기존의 맛과 달라질 수 있고, 가격인상은 고객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제품 용량을 줄일 경우 소비자만 눈치채지 못하면 고객이탈 없이 이윤을 계속 챙길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2018년 원유 가격이 4원(0.4%) 인상되던 당시 남양유업은 1L 제품 용량을 900mL로 변경한 뒤 가격을 2550원에서 2520원으로 변경, 사실상 9.8% 인상했다.
매일유업은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900mL짜리 신제품을 출시하고 가격은 1L 제품과 같게 받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이달 원유 값 인상으로 몇 년 전과 같이 제품 용량을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받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요즘은 그런 정보들이 빠르게 공유돼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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