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22년 전 변호사 살인교사 피의자, ‘그알’ 자백 인터뷰 부인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7 16:08

수정 2021.08.28 01:13

제주경찰청,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혐의로  50대 검찰 송치
제주 지역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A(55)씨가 27일 오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08.27. [뉴시스]
제주 지역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A(55)씨가 27일 오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08.27. [뉴시스]

■ 범행 사주 조폭 두목·범행 인물 사망…유죄 입증 '주목'

[제주=좌승훈 기자]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구속된 5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제주경찰청은 해당 사건의 살인 교사 혐의로 김모(55)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48분쯤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옛 체신아파트 입구 도로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검사 출신 이 변호사(당시 44세) 살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6월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이 변호사 살해를 교사했다”고 자백했다가 재수사에 나선 경찰에 의해 올해 6월2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적발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사건 당시 도내 폭력조직에서 행동대장급이었던 김씨는 해당 방송사 인터뷰에서 유탁파 두목 백모씨(2008년 사망)의 지시를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인 손모씨(2014년 사망)를 통해 이 변호사를 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 안팎에선 김씨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여겨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의 살인죄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 5일 0시부로 완료됐다. 하지만 살인교사범 김씨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에 발목이 잡혔다. 현행 형사소송법 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에 있을 경우 체류기간 만큼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경찰은 김씨가 다른 범죄로 13개월 동안 국외로 출국해 공소시효가 2015년 12월 초로 연장됐고, 태완이법에 따라 소급효가 적용돼 무기한 수사가 가능한 사안으로 보고 조사를 이어왔다.

김씨는 이 사실을 착각해 방송에 응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 지역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A(55)씨가 27일 오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08.27. [뉴시스]
제주 지역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A(55)씨가 27일 오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08.27. [뉴시스]

경찰은 김씨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전·현직 유탁파 조직원 등 관계자들의 증언과 "김씨가 이 변호사를 직접 살해 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범행 현장에는 있었다"는 프로파일러 3명의 의견을 확보한 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현재 범행 동기와 수법 등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상태다. 김씨는 이날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살인과 살인 교사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며, 지은 죄가 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고 밝혔다.

호송차로 향하던 김씨는 또 지난해 자신이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과 마주치자 돌아서서 노려보며 “양심이 있느냐”는 등의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 공소시효, 태완이법 적용…검찰 전담팀 구성 실체 규명

한편 김씨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당초 자백 내용을 뒤집은 데다, DNA와 CCTV등의 물리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혐의가 입증될지 주목된다. 두목 백씨와 살인을 저질렀다는 손씨 모두 이미 사망한 상태이어서 김씨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현재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 가며 자신이 살인교사범이라고 주장한 것은 해외에서 입국할 때 필요한 여비라도 마련해보기 위해서였다며 살인 교사는 허위 인터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사건 당시 유족이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만큼. 자신의 자백을 통해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원혼을 달램으로써 유족 측으로부터 사례비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증거 보강을 통해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가 함구하고 있지만,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 송치 후에도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범행에 대한 정확한 실체에 다가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도 범행 동기와 배후 등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전담 수사팀을 가동한 상태다.
대검찰청은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등 살인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검찰이 사건 실체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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