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특급호텔이 주류부터 농·수산물까지 초고가 선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다. 올 추석 초고가 선물로 2억원대 꼬냑까지 등장했다. '억'소리 나는 선물로 최상위 1%를 공략해 고급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매출 증대라는 실속까지 챙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고가 추석선물은 위스키·와인·꼬냑 등 주류 메뉴가 대부분이다. 전 세계 알려진 고가 주류의 경우 희소성이 높고 한정판인 경우가 대다수인 만큼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주류·농수산물' 프리미엄 선물로 추석 시즌 공략
29일 호텔롯데에 따르면 이달 초 추석선물로 최상위 꼬냑 루이 13세 6ℓ 용량의 '마투살렘'을 선보였다. 국내 최초 시그니엘 부산에 입고되며 가격은 무려 2억4000만원에 달한다.
그간 특급호텔은 추석 시즌을 겨냥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와인·위스키 등 주류를 내놨지만 '억'소리 나는 추석선물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롯데호텔은 지난 2019년에도 6500만원짜리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와인세트'와 프랑스 정통 코냑인 '루이 13세 제로 보암'도 3900만원에 내놓은 바 있다. 또 750병 한정 제작된 1200만원짜리 '맥캘란 M디켄더'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초고가 주류에 관심이 쏠리면서 롯데호텔은 와인 품목군도 다양화했다. 호텔롯데 계열 일부 호텔에서는 와인 품목군을 전년 대비 최대 30% 늘렸다. 또 와인 전문가가 엄선한 시그니엘 와인은 타 호텔에서 판매 중인 주류 보다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는 게 호텔롯데 측의 설명이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은 추석 보다 소믈리에가 엄선한 와인 등으로 구성된 '햄퍼&선물 세트'를 선보였다. 이번 선물세트 가운데 프랑스 남부 와인 산지에서 만들어진 보르드 와인은 무려 '300만원'에 달한다.
주류 만이 아니다. 특급호텔은 최고급 등급의 농·수산물로 추석선물 수요 잡기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명절 모임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평소보다 비싼 선물로 마음을 표현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
호텔신라는 한우·굴비·자연송이 등 국내사 최고급 농수산물로 엄선한 추석 선물세트를 내놨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호텔 내 레스토랑 셰프의 노하우가 담긴 추석 선물을 준비했다. 워커힐 대표 레스토랑인 한우 전문점 '명월관'의 한우세트가 대표적이다.
◇안 팔릴 수도 있는데…초고가 추석선물 판매, 왜?
그렇다면 특급호텔이 초고가 선물세트에 힘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소성 있는 주류를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에 들여오면 이로 인한 마케팅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설사 비싼 가격에 들여온 주류가 '완판'되지 않더라고 한정판·초고가 주류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호텔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어서다.
신규 고객 유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결혼 1년차 주부 A씨(31)는 "최근 특급호텔에서 추석선물로 고가 주류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호텔에서도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친정·시부모님께 인사드리기 어려운 만큼 호텔에서 판매하는 고가 선물세트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특급호텔에 고가 추석선물세트는 기회인 셈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객실 매출이 예전만 못한 만큼 객실 매출을 만회할 자구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특급호텔 대부분이 지난 2분기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호텔롯데·워커힐호텔앤리조트·파르나스호텔·파라다이스호텔 은 지난 2분기에도 영업 손실을 냈다. 이 기간 흑자전환에 성공한 호텔은 호텔신라가 유일하다. 다만 호텔신라의 호텔·레저 부문 역시 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부산 등 여행지는 오히려 숨통이 트였지만 서울시내 특급호텔에는 여전히 빈방이 넘쳐난다"며 "호텔업계는 예약률이 급감한 객실 매출을 만회할 자구책으로 프리미엄 추석 선물세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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