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재건축 단지 흉물 논란 빚던 '옛 아파트 한 동' 없앤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9 19:42

수정 2021.08.30 16:12

박원순 전 시장 정책 지우기
반포주공1·개포주공1,4 등
남겨놨던 옛 건물 허물고
상가·편의시설로 대체 예정
서울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개발 부지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에 따라 15동이 존치된 채 남아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서울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개발 부지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에 따라 15동이 존치된 채 남아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서울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미래유산 보존 일환으로 기존 아파트동 1~2개를 남기는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에 메스를 댄다. 흉물 논란을 빚었던 박 전 시장의 정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재 이주 중인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해 이미 공사중인 개포주공1·4단지, 정비계획안 인가를 앞둔 잠실5단지 등이 수혜를 받게 됐다.

■'노후 아파트 흔적 남기기' 폐지

29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는 최근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재건축하는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노후 아파트 흔적을 남기는 박물관 계획은 시민들이 유용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전 시장이 '강남 개발 초기 생활상을 보전한다'며 추진한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이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재건축 흔적 남기기는 '철거' 대신 '재생'에 초점을 맞춰 미래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를 비롯해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등이 대상 단지로 지정됐다. 개발 초기 주공아파트의 생활 양식에 대한 보존 가치가 높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새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안전진단을 통과할 정도로 노후한 옛 아파트 1~2개동을 존치하는 계획에 해당 조합들은 '흉물'이라며 반발해왔다.

재건축 단지들의 반발에도 서울시는 그동안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개포주공4단지는 기부채납 부지에 있는 429동과 445동 등 2개동을 남겨놓고 신축 아파트를 올리고 있다. 인근 개포주공1단지도 15동 한 동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채 공사 중이다. 다음 달 이주를 시작하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역시 108동을 '주거역사박물관' 등의 형태로 보존할 예정이었다.

■주민 편의시설로 대체

재건축 조합들의 골치였던 재건축 흔적 남기기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재건축 흔적 남기기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시 관계자는 "흔적 남기기라는 이유로 옛 아파트 한 동 또는 두 동이 통째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 과연 맞는가"라며 "효율을 위해 주민 공공시설 등이 들어오는 게 맞다는 것이 시정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축위 심의에서도 이런 시정 철학이 반영돼 재검토 하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험하게 방치될 낡은 아파트 대신 어린이집, 도서관 등 공공에 기여할 수 있는 시설로 대체하라는게 서울시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해 개포주공1·4단지와 잠실5단지도 울며 겨자먹기로 존치됐던 옛날 아파트를 허물고 편의시설을 넣을 예정이다. 개포주공1단지 현장 관계자는 "존치된 동을 곧 부수게 될 것"이라며 "부지가 애매해 아파트 한 동을 새로 짓기는 어렵고 상가나 편의 시설로 쓰일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진작에 해당 부지를 활용할 수 있게 해 건축 계획이 나왔다면 훨씬 토지를 유용하게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개포주공4단지 조합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를 (존치 대신)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서울시, 강남구청과 의견을 좁힌 상태"라고 전했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 관계자는 "당초 공원으로 기부채납 되는 곳에 들어서는 서울시 도서관 내부에 재건축 흔적이 남겨질 예정이었으나 이 시설도 없애기로 했다"면서 "오 시장 취임 이후 이런 계획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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