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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HMM 물류대란 초읽기… 손놓은 정부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30 18:07

수정 2021.08.30 18:07

[테헤란로] HMM 물류대란 초읽기… 손놓은 정부
'해운물류대란, 6800억원 손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던 우리나라 유일의 국적선사 HMM의 현주소다.

노사 간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설마 하던 파업 우려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자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HMM이 사실상 국내 유일의 국적 해운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 가결 시 발생하는 손해는 단순히 금전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한진해운 파산 당시 세계 항만에선 한진해운 선박을 억류하거나 화물 하역작업을 거부하는 물류대란이 벌어졌고 한진해운이 세계 168개 항만에 깔아놓은 물류망은 공중분해됐다. 여기에 한국 해운사에 대한 국제 신뢰도도 바닥까지 추락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이번 HMM 사태를 두고 정부의 원죄론도 들고 나오는 상황이다.
당시 글로벌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을 무리하게 파산시키지 않았으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 됐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막대한 정부 자금이 들어간 사업을 두고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노사갈등의 핵심인 임금교섭에 대해선 사실상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최대주주로서 국책은행의 입김이 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 정부가 필요할 때는 HMM을 적극 이용하더니 어려운 상황이 되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발 물류대란 당시 HMM의 컨테이너선 투입 과정을 '해수부·국적선사의 협업'이라는 이름으로 적극 홍보했다. 지난해 8월에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HMM의 2·4분기 실적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HMM은 21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는데 민간기업의 실적을 장관이 발표한 것을 두고 "정부의 치적 쌓기"라는 곱지 않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문 장관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재건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고, 해운재건에 대한 확고한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면서 "우리 해운산업의 안정성과 국제적 신뢰도를 제고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HMM 사태를 놓고 정부의 미온적인 움직임이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다.

물론 정부가 HMM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간접적으로 HMM 노사와 산업은행에 우려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에 하나 실현될 수도 있는 파업으로 인한 후폭풍을 생각하면 지금은 더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HMM 사태는 시기의 문제이지 그동안 곪아왔던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직도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고 운영되는 기업들은 넘쳐난다.
HMM 사태가 이들 기업에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이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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