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보증금, 현금으로 달라"…LCC, 항공기 리스사 요구에 울상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30 18:34

수정 2021.08.30 18:34

경영난 LCC, 신용도 떨어지자
은행 보증서 대신 현금 요구 시작
1대당 10억~20억원 수준 부담가중
"보증금, 현금으로 달라"…LCC, 항공기 리스사 요구에 울상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항공기 리스사의 보증금 요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LCC의 신용도가 하락하자 그동안 은행 보증서로 대신하던 보증금을 현금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구 금액은 1대당 10억~20억원 규모다.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CC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기 리스사들이 국내 항공사에 보증예치금을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항공사는 여건에 따라 운용할 항공기를 구매하거나 임차한다.
임차할 경우 리스사를 통해 항공기를 7년 이상 장기로 빌린다.

리스 계약시 리스사들은 월 리스료의 2~3배 수준의 보증금을 요구한다. 주택 임차시 월세와 함께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식과 같다. 다만 그동안은 은행의 보증서(LC)로 대신한 덕에 실제 현금을 내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국제 여객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경영난에 처하자 보증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에서 받은 보증서를 제출하면 예치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면서도 "최근에는 예치금의 50%가량을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항공기에 따라 다르지만 1대당 10억~20억원 정도 수준"이라며 "임차 항공기가 대다수인 LCC에 큰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항공사 중 임차 항공기가 가장 많은 곳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올 3월 기준 총 57대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27대를 임차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이들은 그나마 국제 화물운송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어 부담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LCC는 상황이 심각하다.

국내 LCC 업체들은 국제 여객 수요 감소로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예치금은 임차 기간이 끝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7년 이상 장기로 묶이는 돈이다.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LCC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제주항공이 보유한 임차 항공기가 가장 많다. 총 40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티웨이항공(27대), 진에어(26대), 에어부산(24대), 에어서울(6대) 순으로 많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는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항공산업발전조합이 거론된다.

이 조합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항공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조직이다.
조합원이 조합 재원을 스스로 축적해나가는 방식이다.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기를 임차하는 구조는 LCC의 취약한 고리 중 하나"라며 "조합 설립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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