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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홍준표, 사형제로 첫 충돌… 野 양강구도 굳히나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1 18:22

수정 2021.09.01 18:29

윤, 홍 사형제 언급에 "두테르테식"
홍 "문 대통령의 하수인" 즉각 반박
일부 여론조사 ‘윤 대세론’ 옅어져
윤 호남·홍 영남 공략으로 약점 보완
뉴시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과 홍준표 의원이 1일 '사형제 부활'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경선 룰 이외 현안을 가지고 두 주자가 직접 맞붙은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두 주자간 뜨거운 정책 공방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정책검증의 장이 섰다는 관측이다.

■尹 "두테르테" vs 洪 "文 하수인"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이날 사형제 부활 문제를 두고 날선 공방전을 펼쳤다. 윤 전 총장이 먼저 홍 의원을 향해 "두테르테식"이라고 비판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전날 홍 의원은 생후 20개월된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씨에 대해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행정 수장인 대통령이 형사처벌에 대한 사법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좀 두테르테식"이라며 사형제 부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그러지 않아도 시스템에 의해 (처벌하고), 시스템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문제를 파악해서 국회와 협조해서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두테르테는 문재인 대통령이고 당신이야말로 두테르테의 하수인이었다"며 즉각 반박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이 적폐수사를 지시하자 우리 진영 사람 1000여명을 무차별 수사해 200여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자살케 한 분이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사형 집행을 하겠다'는 나를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했다"고 맹폭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두테르테에 민감하게 반응하신 것 같은데, 사형시키는 건 사법부에서 할 문제고 대통령은 국민이 흉악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며 재반박했다.

■尹 외연확장·洪 텃밭수복

이번 공방을 계기로 앞으로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양강구도가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힌 홍 의원이 내친김에 정책을 고리로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30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8월27~28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범보수 진영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21.7%)은 윤 전 총장(25.9%)을 4.2%포인트 차로 따라 붙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견고했고, 홍 의원은 청년·호남·진보층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윤 후보캠프측은 중도층을 포함한 외연 확장에 무게를 두고 선거 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가 이날 민주당 탈당 인사와 호남 출신·중도층 인사들이 모인 지지포럼 '공정개혁포럼' 발족식에 참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홍 의원은 전통적인 집토끼이자 보수 진영의 텃밭인 부산지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홍 의원은 이날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부산·울산·경남지역 바닥 민심을 샅샅이 훑고 'PK 표심'을 다지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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