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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고객보다 투자자가 중요한 IPO시장

[강남시선] 고객보다 투자자가 중요한 IPO시장
'83%'. 올해 상장된 새내기 기업 가운데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고 있는 기업 수다. 나쁘지 않은 점수다. 그러나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열기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이기는 하다. IPO 공모주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 10명 중 2명 정도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작된 IPO 열풍은 여전하다. SKIET,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매번 수십조원의 공모자금이 몰리고 있다. 거래금액이 줄어들면서 주식시장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IPO 시장은 다른 세상이다.

그러나 최근 공모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도 영향이 있지만 상장을 위한 신고서 정정이 잇따라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48%'. 올해 상장한 기업 가운데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기업 비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58개 기업 중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일이 늦춰질 만큼 중대한 정정사유가 있었던 기업은 28개에 달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정정신고서 요구를 받은 기업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IPO 상장과 관련해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는 경우는 '형식을 갖추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이 거짓으로 기재되거나 표시되지 않을 경우' '표시내용이 불분명할 경우'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이다. 하나같이 투자판단에 중요한 상황이다.

물론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에 '지나친 개입'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신규 상장사의 절반가량이 정정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이해되는 불만이다.

그러나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상장 후 실적에 변화가 없는데도 주가 변동성이 크다면 그것은 공모가 산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정신고서 제출을 받은 이후 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 모비릭스, 아모센스 등이 공모가를 하향 조정, 금융당국의 요구가 정당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했다. 규제당국이 나서면 항상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도한 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시장의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동학개미들이 주식시장에 참여하면서 투자자들은 많이 성숙해지고 있다. 소위 '단타'를 노리던 투자자는 많이 줄었고, 그 대신 멀리 보고 노후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성숙해진 투자자들과 달리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것 같다. IPO를 맡긴 기업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의 미래를 보고 자금은 넣는 투자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주식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면 IPO를 진행한 증권사들의 성적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금융당국의 불편한 지적을 받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의 신뢰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고객'보다는 '투자자'를 더 신경쓰기 바란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