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갈치잡이 어선 '307해양호' 선장 김모씨(60)는 만선의 꿈을 안고 지난해 3월2일 오전 4시28분쯤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에서 출항했다.
갑판장 A씨(48)와 한국인 선원 B씨(당시 57세), 베트남 국적 선원 C씨(당시 42세), D씨(당시 23세), E씨(당시 25세), F씨(당시 30세), G씨(당시 24세) 등 선원 7명과 함께였다.
사달은 조업 사흘째였던 4일 새벽에 벌어졌다.
선장 김씨가 갑자기 이날 오전 1시30분쯤 제주시 우도 남동쪽 74㎞ 해상에 닻을 내려 정박하더니 선원들에게 원활한 조업을 위해 다음 조업 때까지 잠을 자도록 한 것이다.
이때 선장 김씨는 당직을 서면 다음 조업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안전순찰을 돌 야간 정박 당직자도 세우지 않은 채 본인마저 잠에 들었다.
그렇게 모든 불이 꺼지고 모두가 곤히 잠든 이날 오전 3시7분쯤 선미에 있는 기관실 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상황을 눈치챈 건 선수 창고에서 자고 있던 갑판장 A씨였다. 매캐한 연기에 잠에서 깬 A씨가 밖을 나섰을 때는 이미 불이 선미를 뒤덮고 있는 상황이었다.
화들짝 놀란 A씨가 "불이야!"라고 연신 고함을 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A씨는 차마 선미까지는 가지 못하고 배 가운데에 있는 조타실로 가 그곳에서 자고 있던 선장 김씨를 깨운 뒤 곧바로 인근 어선에 구조 요청을 보냈다.
불과 15분 뒤 두 사람은 자신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한 어선을 발견하고 바다에 뛰어들었고, 2m 높이의 파도에 닻줄을 잡고 버티다 해당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그러나 나머지 선원 6명의 모습은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해경이 일주일간 집중 수색을 벌인 데 이어 경비 업무와 병행하는 방식으로 수색 작전을 펴 오기는 했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해경은 해당 선원들이 불이 시작된 기관실 뒤쪽 선실에서 자고 있었던 데다 도면상 78㎝ 두께의 해치를 열고 식당을 통과해야 갑판으로 나올 수 있는 배 구조를 감안하면 사실상 화재를 늦게 인지한 상황에서 재빨리 탈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후 307해양호는 이날 오전 7시23분쯤 완전히 침몰했다.
수사기관은 그해 9월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상 과실치상, 업무상 과실선박매몰 혐의로 선장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선장에게는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피와 구조, 소화 조치를 취해 선원과 선박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선장 김씨의 경우 이를 게을리하면서 선원 6명을 각각 추정 사망에 이르게 하고, 갑판장 B씨에게 약 1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골절 등의 상해를 입힘과 동시에 H씨 소유의 307해양호를 바다에 매몰시켰다는 혐의를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이장욱 판사)은 올해 7월14일 선장 김씨에게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재해보상보험을 통해 피해자들의 유족이나 상해 피해자에게 보상금이 지급된 점, 피고인이 사망자 중 상당수 피해자들의 유족과 합의했고 상해 피해자와도 합의한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넘는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의 과실 정도, 사고 경위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과 선장 김씨 모두 항소를 하지 않으면서 김씨의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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