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해저 오아시스로 은유되는 죽은 고래의 몸은 심해에서 풍요로운 생태계가 된다. 고래가 보는 바다는 푸르지 않으며, 빙하가 깨지는 소리에 영향을 받는 고래도 있다.
우리는 고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 '고래가 가는 곳'(바다출판사)은 지구상 최대의 생물, 고래에 대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추적한다.
저자 리베카 긱스는 최신 과학 연구가 밝혀낸 새로운 고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인간과 고래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쫓는다. 수천 년 전 암각화에 고래를 새겼던 고대인의 마음도 들여다보며 지금 이 시대 고래와 우리의 관계를 반추한다.
수천 년 전부터 인간과 이어져 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본래 네 발 달린 포유류 동물에서 유래한 진화적 기원과, 최신 과학계 보고 등 이 시대 우리가 고래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직접 고래를 보러 다닌 저자의 르포도 있다.
이 모든 정보를 전달하는 저자의 문장과 태도에는 기후 위기 시대의 글쓰기를 고민하는 생태적 관계론이 깃들어 있다.
책은 호주의 퍼스 해변에 떠밀려온 거대한 혹등고래에서 시작한다. 좀처럼 보기 힘든 바닷속 고래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동네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 현장에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저자는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복기하며 죽어가는 고래의 가뿐 숨소리와 힘이 풀린 동공을 감정에 매몰되지 않은 채 보여 준다.
그 현장에는 인도적 죽음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독극물 안락사를 시도할 것인지 다이너마이트를 매달아 폭사를 시도할 것인지, 어떤 것이 고래의 고통을 가장 줄여주는지 고민하던 찰나에 저자는 그 자비로움마저 인간의 것임을 깨닫는다. 그 독극물의 여파는 인간의 자비로움을 만들지언정 사체를 먹고사는 또 다른 생물들, 스캐빈저들(구더기, 까마귀, 하이에나 등)에게는 재앙이 됐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고래의 몸에 사는 '고래 이'를 소개한다. 고래 이는 갑각류에 속하고 털 많은 육지 포유류에 사는 이보다는 새우에 더 가깝다. 이 한 마리에게 고래 한 마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먹이이다. 고래의 한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면 그 고래와 더부살이하는 고래 이도 같은 처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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