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 하원에서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과 일본 등을 추가해 규모를 확대할 필요성을 담은 국방수권법 개정안이 처리돼 주목된다. 미 대통령의 승인 등 향후 남은 절차가 많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네트워크 확대'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북한과 중국을 고려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벌써부터 복잡한 셈법이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파이브 아이즈, 美의 '1급 동맹국'이자 '운명 공동체'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5개국이 참여하는 기밀정보 동맹체로 1956년 결성됐다.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련과 공산권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맺은 비밀 정보교류 협정이 그 시초다.
미국 입장에서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들은 다른 동맹국에 비해 매우 특별하다. 이에 '1급 동맹국'이자 '운명 공동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예로 영국을 꼽을 수 있다. 영국이 지난 2016년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고, 1990년대 친중 노선을 걸었던 것은 파이브 아이즈인 미국이 자신들을 버릴 가능성이 없기에 가능했다. 그만큼 파이브 아이즈는 '혈맹' 이상인 특별한 관계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은 사실상 '1.5급 동맹'으로 평가 받는다. 미국이 주둔군을 한국과 일본에 두고 있으며 지난 2010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인도·태평양전략 이후 미일관계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 증거다.
◇美하원 군사위 '파이브 아이즈' 한일 등 확대 법안 처리
미 하원 군사위는 2일(현지시간)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과 일본, 인도, 독일을 포함하는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했다.
정보 공유 국가 확대는 국방수권법 본법안이 아닌 부수된 지침 형태로 군사위를 통과했다. 또한 국가정보국이 국방부와 조율, 파이브 아이즈 확대 시 이점과 위험성, 그리고 각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등을 검토해 내년 5월20일까지 의회에 보고토록 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하원 본회의로 넘어간 국방수권법안은 본회의 심의를 거쳐 표결에 들어간다. 국방수권법안은 상하원 본회의에서 각각 의결한 뒤 다시 상하원 조율과 표결 과정을 밟는다. 이후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서명해야 법적으로 효력을 갖게 된다.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관문이 많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네트워크 확대 기조에 주목한다. 이번 하원의 행보도 이 같은 기조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다자 협의체 군사동맹' 시발점 될 듯"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인권과 민주주의 등 가치를 기치로 동맹복원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를 두고 궁극적으로 미중패권 경쟁 속 중국견제 전선 구축의 목적이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참여 비공식 협력체)를 동맹국 규합의 구심체로 활용하려 했으나 '안보 다자협의체'로까지는 확대하지 않는 모양새다. 에드 케이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국장은 지난 5월 한 토론회에 참석 "쿼드는 안보동맹도, 아시아판 나토도 아니다"며 "사안별로 대응하는 비공식적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신 동맹국을 주축으로 기존 '협력체'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우회로'로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파이브 아이즈 확대도 이 같은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련의 행보를 통해 먼저 인도·태평양 지역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파이브 아이즈 국가 중 인도·태평양 지역에 호주와 뉴질랜드가 있다. 하지만 지리적 위치 등을 고려할 때 군사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대중 견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확보됐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파이브 아이즈 확대와 같은 형식으로 먼저 '유연성'을 확보해, 향후 단순한 정보 공유 차원이 아닌 일종의 '연합체'를 만들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속내도 읽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나토와 같이 대형 다자체제의 경우 신속하게 움직이거나 의견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에 의제별로 해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브 아이즈 확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동맹이 다자 협의체로 가는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약한고리' 한국, 확실한 대중 견제 동참…북중 반발 예상 文정부 고민될 듯
미국이 대중 견제에 있어 '약한고리'로 평가 받는 한국에 대해 확실한 '견제 노선' 동참을 위해 파이브 아이즈를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민감해 하는 '대만 해협' 문구를 넣는 등 그간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 입장에서 무게추를 미국 쪽으로 옮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 사안에 있어서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 중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박 교수는 "한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약한 고리라는 인식이 있다"며 "한국을 파이브 아이즈에 넣으면 확실하게 대중 견제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그런 셈법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우리 정부는 파이브 아이즈 움직임이 마냥 달가울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북중과의 관계 악화를 감안할 수밖에 없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특히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언해도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1급 동맹국'에 일본만 들어가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만약 우리가 파이브 아이즈에 참여하게 되면 당연히 북한과 중국은 자신들에 대한 견제로 간주할 것"이라며 "반대로 이를 우려해 불참하면 한미동맹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핵심 동맹국으로 한국은 미국의 핵심 전략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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