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잇따른 K-배터리 화재에 미소짓는 일본과 중국

뉴스1

입력 2021.09.05 08:10

수정 2021.09.05 08:10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21.6.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21.6.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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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국내 기업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해 리콜 결정이 잇따르면서 경쟁사인 일본과 중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한때는 한국 기업의 급성장에 밀려나기도 했지만,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에서 빈틈을 보이자 순위를 뒤집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일본의 경제매체 산케이비즈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GM이 지난달 20일 자사의 '볼트' 전기차 7만3000대에 내린 리콜 결정과 관련해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의 배터리 제조 기술 자체에 대한 불안이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GM의 이번 리콜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볼트 6만9000대에 이은 세 번째 리콜이다. GM은 지난 두 차례의 리콜 관련 비용에 대해 8억달러(약 9200억원)였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리콜로 추가 비용이 10억달러(1조1500억원) 발생할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블룸버그는 GM과 현대차 코나(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탑재)의 리콜을 언급하며 "자동차 산업 역사상 가장 비싼 리콜"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일본 배터리는 한국에 다소 밀려나는 모양새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였던 파나소닉(28.1%)은 3위인 LG에너지솔루션(12.3%)과 큰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1년 후인 2020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23.5%)이 급등해 2위로 올라선 반면, 파나소닉(18.5%)은 3위로 밀려났다. 업계에선 그동안 파나소닉이 독점 공급하던 테슬라에 대해 지난해 LG가 공급선을 뚫어 공동 납품하게 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하지만 업계는 LG 배터리의 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될 경우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조달을 한국·일본의 타 배터리 업체로 전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글로벌 10위권 배터리 기업은 모두 한국·중국·일본 기업인데, 이렇다 할 배터리 기업이 없는 미국의 입장에선 외교적 갈등을 겪는 중국보다는 전통적 우방인 한국·일본 기업과의 협력이 현실적이다.

일본의 경우 이번 리콜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영향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케이비즈는 "일본 업체들은 지금이야말로 (배터리) 수요 획득의 기회"라며 "세계 2위의 차량용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의 기본 제조기술에 대한 불안감 상승은 우리나라(일본) 배터리 제조사의 비즈니스 기회 확대를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아직 화재 등 심각한 배터리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자국 기업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배경이다. 해당 매체는 "LG화학의 배터리 제조기술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는 상황을 알리고, 미국 등 세계의 배터리 수요를 획득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도 미국 등에 일본제 배터리의 안전성을 명확하게 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CATL은 올해 1~7월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30.0%의 점유율로 1위인데, 2위인 LG에너지솔루션(24.2%)과 근소한 차이다. CATL은 지난해 1~9월 LG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이후부터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며 순위를 뒤집었다. 이번 리콜은 CATL 입장에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지금까지 중국 내수에 의존했던 CATL은 최근 들어 한국 기업의 최대 매출처인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는 추세다. 지난해 자사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모델3'의 판매 확대로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한 CATL은 독일 에르푸르트에 연 100기가와트(GWh) 규모의 공장을 건설해 올해 안에 상업 가동을 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 기업의 텃밭이었던 독일(뮌헨)·프랑스(파리)·미국(디트로이트)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행보를 넓히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사고가 반복돼 한국 배터리의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경우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현재의 지위를 빠르게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 초기에는 값싸고 오래 가는 배터리가 최고였지만, 이젠 충전 속도와 안전 같은 품질이 더욱 중요시되는 추세"라며 "화재 등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향후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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