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 2일 국내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 한 대형 포털사이트의 삼성전자 종목토론방에는 이날 삼성전자의 종가를 예측한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은 "나스닥 사상 최고, 환율 안정 전환, 폴더블 중국 약 90만선 예약, 오늘 삼전(삼성전자) 8만(원) 가겠네"라고 봤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약 1% 하락하며 7만6000원으로 거래 중이던 오전, 다른 사람이 "7만4000원까지 떨어지니 다들 도망"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삼성전자의 종가는 7만6000원이었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지난해부터 개인 주식투자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각종 종목토론방은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종목토론방에 올라오는 정보를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간혹 진짜 정보도 올라오지만, 대부분의 글은 잡음"이라고 평가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증권사가 보고서를 내는 것은 목적이 있지만, 종목토론방에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공개해서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는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종목토론방에 올라오는 글의 정보 가치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주린이(주식 초보 투자자)라면 종목토론방을 통해 접하는 수많은 정보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종목토론방에 글을 올리는 이들도 자신이 거짓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종목토론방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한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배 이상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주린이는 특히 뇌동매매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뇌동매매는 자신의 판단이나 예측이 아니라 남을 무작정 따라하는 매매기법을 말한다. 뇌동매매를 유도하는 글은 보통 '나도 주주인데…', '내가 뭐라고 그랬나,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또는 떨어질 것이다)', '주식 N년차가 알려준다' 등 주린이를 현혹할 만한 표현을 담고 있다. 이에 휘들려 투자를 하다보면 자신만의 투자 철학나 주식 거래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스스로 공부해서 자신이 파악한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투자한다면 비교적 뇌동매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불법 주식 리딩방으로 유도하는 글도 걸러야 한다. '내일 오를 만한 종목 2~3개 말해줄테니 급한 사람들만 들어오라. 원금 정도는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 등이 이런 종류에 속한다. '윗선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공유하겠다'는 게시물에 '받아보니 내용이 진짜 큰데, 이거 배포해도 되는 것인가요'라는 답글이 달리기도 한다. 바람잡이까지 합세한 불법 리딩방 유도글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선거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이벤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향을 보이는 정치테마주의 종목토론방은 가급적 쳐다보지 않는 게 좋다.
온라인상에서는 '종목토론방 매매법'도 공유되고 있지만 이 또한 입증된 투자기법은 아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종목토론방에 특정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글이 많아지면 주가가 하락할 만큼 하락했다고 보고 매수하고, 반대로 긍정적인 글이 많아지면 주가가 고점이라고 보고 매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투자심리만을 이용한 방법 자체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종목토론방이 모든 투자자의 심리를 대표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고 종목토론방이 아예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간혹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글들도 올라온다. 증권사 보고서 또는 언론보다 빠르게 현상을 분석하거나 주가 전망을 담은 글 등이 있다. 실적 등 기업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특히, 특정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락했는데 그 이유를 모를 경우, 종목토론방을 보다보면 어떤 이유로 상승·하락한 것인지 설명해주는 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를 참고로 본인이 직접 주가 상승·하락의 원인을 검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
정재만 숭실대 교수는 "한 연구에 따르면 주가가 상승했을 때는 종목토론방에 플러스 센티멘트(긍정적인 심리)가 담긴 글이 늘어났는데, 종목토론방에 플러스 센티멘트 글이 늘어났다고 해서 이후 주가가 상승하지는 않았다"면서 종목토론방의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은 자기 책임 하에 투자하는 것이다. 잡음은 걸러내고 취할 것만 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종목토론방을 활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종목토론방에 전문가가 나타나 다른 투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느냐. 그보다는 욕설과 한탄 섞인 글, 리딩방 유도 글들이 더 많다"면서 "종목토론방에 휘둘리기 쉬운 주린이들은 언론이나 증권사 보고서 등을 통해 인증된 정보를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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