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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은 공모주 펀드 시장… 한달새 1900억 빠져나갔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6 18:14

수정 2021.09.06 18:14

자금 유입세 올들어 처음 꺾여
크래프톤·롯데렌탈 성적 부진
카카오페이·LG엔솔 상장 연기
기관 의무보유 물량 해제에 울상
차갑게 식은 공모주 펀드 시장… 한달새 1900억 빠져나갔다
공모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등 대형 기업공개(IPO) 기업에 대한 기대로 자금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모주 고평가 논란 이후 실제 주가가 하락한 영향 때문이라면서 추가 자금 유출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나타냈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월 공모주 펀드에서 1937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해 공모주 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 된 것은 8월이 처음이다. 공모주 펀드로는 지난 1월 418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 7월까지 총 4조4474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상품별로는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에서 최근 한달새 582억원이 빠져나갔고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560억원), KTB공모주10(324억원), 에셋원코스닥벤처공모주리츠(250억원),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23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공모주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은 지난 7월말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IPO 대어가 몰리는 '슈퍼 IPO 위크'가 마무리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페이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의 대어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잇따라 상장일정을 연기하면서 열기가 식은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10월을 목표로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10월까지 IPO 연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을 밝힌 상황이다.

수익률도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것도 자금유출의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8월 공모주 펀드 수익률은 2.36%. 코스피(-0.1%) 움직임에 비해서는 선전했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 6.50%에는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종목별로 게임 대장주로 각광받았던 크래프톤은 상장 첫 날 시초가(44만8500원)와 종가(45만4000원) 모두 공모가(49만8000원)를 밑돌았다. 이후 혼조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서야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모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상장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롯데렌탈 주가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롯데렌탈 주가는 상장 당일인 지난 8월 19일 공모가 5만9000원보다 2000원 하락한 5만5500원으로 마감됐다. 이후 하락세를 지속 5만원선을 밑돌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크래프톤, 롯데렌탈 등 일부 대형주들이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매력도가 떨어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 투자자들은 상장일 또는 직후에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 성향이 반영된 펀드 투자자들 역시 장기적으로 (투자금을)들고 가기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차익 실현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형주들의 기관투자자 의무 보유 확약 물량이 차례로 쏟아지면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크래프톤(10일), SK바이오사이언스(18일) 등에 대한 기관투자자 의무 보유 물량이 시장에 풀릴 예정이라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공모주 펀드 자금 유출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모주 펀드로 다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9월에 현대중공업, 카카오페이 등이 남아있기 때문에 공모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지는 않을 것"이라며 "8월 유출세로 전환된 것은 수익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차익 실현 목적으로 빠져나간 영향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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