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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제품 외면… 국가대표기업도 힘못쓴다 [현장르포]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6 18:36

수정 2021.09.06 21:26

30개기업 對中매출 4년새 7% ↓
中 애국주의속 외산 선택적 선호
스마트폰, 애플·현지제품이 장악
화장품은 유럽 브랜드 급부상
6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현대차타워 1층 홀에 전시된 차량을 등지고 중국인 방문객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6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현대차타워 1층 홀에 전시된 차량을 등지고 중국인 방문객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삼성전자 휴대폰 판매장. 연휴 직후 월요일 오후라는 점을 고려해도 현지인 손님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가 라이브 방송에서 완판되는 등 중국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보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남녀 판매원은 무료한 듯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이따금씩 하품을 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차오양구 현대차타워 1층 홀도 사정은 비슷했다.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 매장이 아니라 차량을 전시해 놓는 공간이라고 해도 역시 현대차에 눈길을 주는 중국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인 밀집 거주지역인 차오양구 왕징의 한 한국 화장품 판매점도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행인들은 이 매장을 지나쳐 인근 식당이나 의류 판매점으로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 상인들과 담소를 나누는 한국 화장품 판매점 관계자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 내 매출 100대 기업 중 중국 매출을 공시한 30개 기업의 지난해 대중국 매출이 2016년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품목은 한중 관계가 악화되기 이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승용차, 스마트폰, 화장품 등이다. 이들 제품이 중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이 꼽힌다. 중국은 확진자 1명만 나와도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고강도 정책을 쓰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지갑 자체가 닫혔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미국 전기차 테슬라는 오히려 중국 내 판매량이 늘면서 미·중 갈등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스마트폰 점유율은 1%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애플 아이폰의 인기는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의 선택 폭이 다양해졌다는 점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스마트폰은 아이폰과 삼성전자 외에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전기차는 테슬라와 니오·샤오펑 등 중국산 차량으로 양분되는 상황이다. 화장품은 한국 자리를 유럽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의 눈도 경제가 성장한 만큼 올라갔다"면서 "지금은 고가와 저가로 시장을 나누는 이분법적 접근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재공략을 위한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 점유율이 줄어도 스마트폰 부품 등에서 매출 하락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중한 베이징현대합작회사와 한국 본사의 의사소통 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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