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퇴근 찍고 계속 근무 "내 수당만 날아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7 18:40

수정 2021.09.07 22:35

주52시간제 전면도입 두달…현장서 쏟아지는'꼼수·편법'
개인 노트북으로 추가 근무하고
결재 필요없는 외부망 이용도
일한만큼 임금 못받는 사례 많아
中企벤처에선 투잡·이직 급증
퇴근 찍고 계속 근무 "내 수당만 날아갔다"
주52시간제가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현장 곳곳에서 '유명무실'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중소 벤처업뿐만 아니라 업무량이 많아 주52시간제 도입의 시험대에 올랐던 광고, 금융, 법조계에서도 형식적으로 '지키는 척'만 하는 행태가 만연했다. 가장 큰 불만은 임금이다. 하루 처리할 일감은 예전과 같은데 시간제한 탓에 불법·편법으로 처리한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못 받는 일이 벌어졌다. '유노동 무임금'만 늘어난 셈이다.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투잡족 및 우수인력 이탈 등 부작용도 늘어 주52시간제 현장 안착을 위한 제도 보완 요구가 크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주52시간제가 전면 확대돼 현재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다수 업종 근로자들은 "주말근무, 밤샘근무는 그대로"라며 "컴퓨터가 꺼져도 일은 계속하고 있는데 주52시간제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주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이를 준수하기 위해 출퇴근시간과 초과근무 등을 기록하는 각종 시스템을 마련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A씨는 "오후 6시부터 8시간 이상 야간근무를 했는데, 회사 프로그램으로 인해 2시간밖에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고업계 종사자 B씨도 "지키는 척을 하려고 출퇴근 기록 앱을 사용해 더 화가 난다"며 "저녁 10시까지 기록하게 돼 있지만, 그 이상 일하고 새벽 퇴근하는 게 다반사"라고 했다. 그는 "주말근무, 밤샘근무도 여전한데 공짜로 일하는 기분이 든다"며 "광고주 갑질,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 등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도 않는데 52시간제 같은 제도들이 생겨나니 더 사각지대에 있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주52시간제를 피하기 위한 지능적 꼼수마저 등장했다. 금융권 종사자 C씨는 "보통 금융사들은 내부·외부 망분리를 해서 내부망은 회사 결재를 받아야 하지만 외부망은 예외여서 이런 루트를 통한 업무를 하면 된다"며 "그것도 안되면 개인 노트북으로 다들 일한다"고 전했다. 형식적인 52시간제 준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 D씨는 "변호사 업계도 주52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시장"이라며 "모든 노동시장이 다 똑같지가 않은데 주52시간에 약간 경직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뿌리·조선업계에선 임금보전을 위한 투잡족이 공공연하다.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출근할 때 아예 배달 관련한 옷이라든지 이런 걸 챙겨서 온다"며 "드러내놓고 이야기는 못하지만 다들 그렇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벤처업계에선 우수인력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의 90% 이상이 50인 미만 소규모 업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에는 우수인력이 굉장히 소수인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이직·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오은선 기자
imne@fnnews.com 홍예지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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