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예정됐던 선발 등판을 불과 이틀 앞두고 불펜으로 보직 변경을 통보받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1승이 귀해진 구단 입장에선 마운드 강화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고 볼 수 있지만, 김광현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올 시즌 종료 후 2년 계약이 만료되는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계속 입을지도 불투명해졌다.
김광현은 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전에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1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이 경기 직전 선발진에서 밀려 불펜행을 통보받았다.
당초 10일 다저스와 4연전의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제이크 우드포드가 그의 자리를 꿰찼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지난 6일 김광현의 선발 등판 일정을 알리면서도 추후 변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리고 이틀 만에 선발 투수를 교체했다.
김광현으로선 힘이 빠질 상황이었다. 그는 팀이 2-5로 뒤진 8회초 2사 1, 2루에 구원 등판해 맥시 먼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막았지만, 9회초 2사 1루에서 저스틴 터너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83.9마일(약 135㎞)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리면서 대형 타구로 연결됐다. 김광현의 평균자책점도 3.53에서 3.67로 상승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 자리를 노리는 세인트루이스는 갈 길이 급하다. 이날 다저스전 패배로 4연패를 당했고, 69승68패로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 신시내티 레즈(74승66패)와 3.5경기 차가 됐다.
지난 6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9회 무려 5점을 허용하며 5-6의 충격적인 역전패를 한 것이 뼈아팠다. 타선도 4연패 기간 8득점에 그쳤다.
불펜 강화라는 목적 때문에 김광현을 뒤로 뺀 결정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경험은 김광현(31경기 중 3경기)보다 우드포드(33경기 중 29경기)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김광현에게 세인트루이스에서 보내는 2번째 시즌은 가혹할 정도로 안 풀리고 있다. 3선발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으나 시범경기 도중 허리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복귀 후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은 데다 실트 감독의 빠른 교체 방침으로 12경기 동안 1승에 그치기도 했다.
김광현은 7월 들어 반전에 성공하며 5연승을 내달리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팔꿈치가 그를 괴롭혔다. 8월 중순 복귀해 잭 플래허티의 부상으로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으나 5일 밀워키전에서 1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4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김광현은 다저스전까지 치르며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한 시즌 100이닝 이상(100⅔이닝)을 소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단축 시즌으로 진행된 지난해에는 39이닝을 던졌다.
100이닝 이상을 기록한 세인트루이스 투수는 김광현 외에 아담 웨인라이트(176이닝) 밖에 없다. 아울러 김광현은 3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으나 장기 이탈한 적은 없었다. 확실한 선발 자원이지만, 실트 감독은 결국 김광현을 선발진 구상에서 제외했다.
김광현은 당분간 불펜으로 뛸 텐데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대로 추가 선발 등판 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1996년생인 우드포드를 선발 투수로 육성하는 방향이 나을 수 있다.
올해 시즌이 끝나면 김광현은 거취에 대한 선택권을 갖게 된다. 세인트루이스와 재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다른 메이저리그 팀과 협상할 수 있다. 2년간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성적을 고려하면, 다른 팀과 계약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물론 한국 무대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김광현은 지난 7월1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5승을 거둔 뒤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는 "난 세인트루이스의 구단과 팬을 좋아하는데 이 팀에서 계속 뛰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그의 입지는 많이 흔들리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에 잔류하는 그림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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