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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규제에 '손발' 묶인 빅테크…"혁신 커녕 존립 위기"

뉴스1

입력 2021.09.09 06:01

수정 2021.09.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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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상품 추천 판매 금지라는 고강도 규제안을 꺼내면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등 종합금융플랫폼을 지향하는 이른바 빅테크(빅+핀테크)업체들이 위기에 몰렸다.

주요 수익원이 막힐뿐만 아니라 종합금융플랫폼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빅테크업체들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고사하고 존립 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에 재판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빅테크, 펀드·보험 판매, 대출 상품 연계 등 다 막힌다

8일 IT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외부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회의를 진행한 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라 판매를 목적으로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한다면 광고가 아닌 '중개'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주요 핀테크업체에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금소법 계도기간이 오는 24일 종료되는 만큼 빅테크업체들은 이 기간안에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상품 판매 대리 및 중개업자 심사를 받아 등록해야한다.

이를 두고 빅테크업체들은 사실상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펀드, 보험, 카드, 대출 등 대부분의 금융부문에 해당된다.

펀드 중개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대행인 등록은 '개인'만 가능하기 때문에 법인인 핀테크 회사는 투자 상품 중개업자로 등록할 수 없다. 이미 중개 라이선스를 보유한 자회사를 활용하는 방법도 규제 대상이어서 할 수 없다.

예컨대 기존처럼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토스 등에서 금융 컨설팅을 받은 뒤 부족한 보험 보장이나 투자 상황에 맞춰 상품을 추천받아 빈틈을 채우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세밀한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 중이었던 핀테크업체들로서는 '날벼락'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번 규제는 최근 카카오페이가 중단한 '온라인 연계투자'가 도화선이 됐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P2P업체들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연계투자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상품은 카카오페이 고객들을 P2P업체와 연결해주고, P2P업체로부터 건 별로 광고비 명목으로 일정 비용을 지급받는 구조였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광고가 아닌 중개로 판단하면서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

고객들이 카카오페이의 브랜드를 믿고 투자를 하게 되지만 카카오페이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여서 리스크가 크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런 금융당국의 판단이 곧바로 핀테크업체들의 상품 전반으로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개인에게 부족한 금융상품이 무엇인지 찾아서, 브랜드에 관계 없이 가장 적합하고 저렴한 회사의 금융상품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된다"며 "금융소비자들은 예전처럼 어떤 상품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금융사의 브랜드만 보고 더 비싼 가격에 금융상품에 가입하게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사전에 통보를 받은 빅테크업체들은 지난 7일 금융당국에 '과도한 규제'라는 내용이라고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핀테크업계 일각에선 행정소송 등 강력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모델 차단과 다를 바 없어…겉으로만 혁신 외치고 실제로는 막아"

빅테크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주요 수익원을 잃게 되는 만큼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경우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 핀테크 관계자는 "모호한 판단 기준에 의해 지나치게 많은 서비스들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수익 모델이 차단된 것과 다름 없다보니 존립 마저 위태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다른 핀테크 관계자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해왔는데, 이를 막은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겉으로는 혁신을 내세우면서도 혁신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린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카카오페이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카카오페이는 "자체적으로 또는 자회사를 통해 필요한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등 제도적 요건을 준수하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추가로 보완할 부분이 있을지 적극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했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Δ펀드투자서비스 Δ보험중개서비스 Δ대출비교서비스 등과 관련한 라이선스를 취득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