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재벌 총수가 반대해도 안건 통과"..지배구조 개혁에 진심인 SK㈜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0 06:30

수정 2021.09.10 06:30

[파이낸셜뉴스]
SK㈜ 이사회에서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반대표를 던진 안건이 사내·사외이사들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보통 이사회 안건이 보통 사전에 조율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K그룹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 개혁에 진성성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SK그룹 제공). © 뉴스1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SK그룹 제공). © 뉴스1 /사진=뉴스1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0일 SK㈜ 이사회에 참석해 기존 투자사에 대한 추가 투자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최 회장과 함께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의 이찬근 사외이사도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나머지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이 찬성하면서 안건이 가결(통과)됐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내·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인 데다가, 그룹 총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찬성표를 얻어 안건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SK의 주식 18.4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은 보통 사전에 조율이 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면서 "그룹 총수가 반대표를 던진 안건이 가결까지 됐다니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SK 이사회 멤버들이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이사 한 명, 한 명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SK그룹은 다른 기업들이 ESG 중 환경(E)·사회공헌(S)에만 치중할 때 지배구조(G) 개혁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9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곧 열릴 주주총회에서 인사위원회를 인사보상평가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한다. 그동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자격을 심사하는 역할에만 머물던 위원회가 사내이사 평가, 보상 등 포괄적인 인사권한을 갖는다. 그룹 총수가 계열사 인사를 좌지우지 하기보다는 이사회 평가를 바탕으로 대표이사를 선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SK㈜ 관계자는 "SK㈜는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신설해 핵심 경영 활동을 맡기는 등 이사회가 독립된 최고 의결 기구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2019년 초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사내이사 중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은 "이사회 구성원들이 안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그동안 그룹 회장이 결정하면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면서 "하지만 SK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