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4639억달러… 적정성 논쟁
정부 "세계 8위 규모, 적정한 수준"
학계 "美테이퍼링 등 불확실성 대비
BIS 권고한 9300억달러로 늘려야"
정부 "세계 8위 규모, 적정한 수준"
학계 "美테이퍼링 등 불확실성 대비
BIS 권고한 9300억달러로 늘려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국제 금융환경 변화를 앞두고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적정선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세계 8위인 만큼 정부는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라 적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학계에선 미국의 테이퍼링 변수, 신흥국 금융불안 등 심화되는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현재보다 더 많은 '외환 실탄'을 보유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9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639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은 올해만 벌써 네번째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정부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세계 8위 수준이라는 근거로 현재 보유액을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외환보유액이 39억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을 예로 들며, 기회가 있을 때 더 많은 외환보유액을 쌓아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상황 속에서 예전과 같은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최대한 많은 실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적정한 외환보유액 규모는 정답이 없다. 다만 IMF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권고하는 규모를 근거로 각자의 이론을 펼친다. 한국의 현재 외환보유액은 IMF 기준으로는 충분하지만, BIS 기준에는 못 미친다.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BIS 기준을 근거로 제시한다.
BIS는 3개월치 경상수입액,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3분의 1을 합한 액수를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 권고 규모는 9300억달러다.
특히 단순 외환보유액 규모도 중요하지만 이를 GDP 대비 비중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과거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이 50% 이상일 때 외환위기 가능성이 낮았다고 주장한다. 이 비중으로 보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 28%에 그친다. 실제 1997년 러시아의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은 4%로, 1998년 국가 파산위기를 겪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아니면 외환위기가 언제 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외화보유액이 적다"며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이 상시 외환위기 국가로 지목되는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처럼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스위스의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은 143%, 홍콩 125%, 대만 83%, 사우디아라비아 59% 등이다.
반면 정부는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적정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으로 IMF 권고를 참고하고 있다. IMF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적정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134억달러에서 6202억달러 사이다. IMF는 매 연말 국가별 적정 외환보유액을 추정하고 있다.
정부도 외환보유액이 위기 때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규모를 확장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운용수익률, 외평채 발행 등에 따른 채권 이자, 환율조작 의혹 확대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선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선 2011년부터 적정 규모 논쟁이 이어져 왔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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