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인터뷰] 송도근 사천시장 "인천 항공 MRO 사업은 국가균형발전 역행"

뉴스1

입력 2021.09.10 05:01

수정 2021.09.10 05:01

송도근 사천시장. © 뉴스1
송도근 사천시장. © 뉴스1


사천의 항공 MRO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의 비행기 정비(사천시 제공). © 뉴스1
사천의 항공 MRO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의 비행기 정비(사천시 제공). © 뉴스1


사천 항공MRO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착공식. 2019.6.27© 뉴스1 DB
사천 항공MRO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착공식. 2019.6.27© 뉴스1 DB

(사천=뉴스1) 한송학 기자 =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항공정비(MRO) 사업에 직접 진출하려는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과 한국공항공사법, 공항시설법에 반하는 법령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송도근 경남 사천시장이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한국공항공사법' 제9조 제1항과 동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1등급 운영증명을 받은 공항은 항공 MRO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1등급 운영증명을 받은 인천공항공사의 MRO 사업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시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MRO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안에는 현재 지역별로 분산 추진되고 있는 MRO 산업 클러스터 간 중복투자방지를 위해 지역별 특화 분야를 육성한다는 이유로 사천공항은 기체 중정비와 군수 분야, 인천공항은 해외복합 MRO 유치 등 지역별 특화 분야를 육성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는 그동안 경남도와 사천시가 국토부 항공정책 기본계획을 토대로 진행한 MRO 사업의 발목을 잡는 행위로 수도권에 치중된 일자리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송 시장은 전망했다.



송 시장은 "군수는 사천, 해외복합은 인천이 하라는 것은 돈이 안 되는 사업은 사천에서 하고, 돈이 되는 고부가 가치사업은 인천에서 수행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인천공항공사가 항공 MRO 사업에 직접 참여한다면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의 중복투자는 물론 지역경제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송 시장은 항공 MRO 사업은 사기업의 영역인데도 국가기관인 인천공항공사가
항공정비 전문기업 샤프테크닉스K(STK)와 인천공항 항공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합의각서(MOA)를 통해 항공기 개조시설의 건축, 임대 등으로 참여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 피소 대상이 돼 무역분쟁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고도 우려했다.

다음은 송 시장과의 일문일답

-항공 MRO 사업의 이원화 정책 쟁점은 무엇인가

▶항공MRO 사업의 초기 기술력으로는 기체정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노하우 축적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엔진정비, 복합정비 등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발표는 사천공항에서는 기체 중정비와 군수 분야, 인천공항에서는 화물기 개조 등 복합정비 분야를 수행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군수 분야는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민간으로 넘어오는 물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군(軍)에서도 쉽게 군수 분야를 민간에 넘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군수 물량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인천공항에서 수행하게 되는 엔진정비, 화물기 개조 등 복합정비는 고도기술이 필요한 분야로서 기술 진입장벽이 높지만, 고부가가치 사업에다 성장 가능성까지 매우 큰 MRO의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결국 이번 항공MRO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담긴 지역별 특화사업 육성은 허울 좋은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걸음마 단계인 사천지역 MRO 사업을 몰락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정부는 항공MRO 사업은 독점사업이 아니라고 했는데

▶항공MRO 사업은 당연히 독점사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도 결코 아니다. 항공 MRO 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과다하고 항공기 정비를 위한 기술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인증을 받아야만 항공 MRO 사업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2017년 12월 정부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항공MRO 사업자로 지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독점산업이 아니라는 명분을 내세워 누구나 항공 MRO 사업에 진출한다면, 우리나라 항공MRO 사업은 공멸하게 된다.

지자체마다 전문적 지식과 충분한 검토 없이 항공 MRO 단지를 조성해 사업을 추진한다면, 정비가 필요한 항공기를 유치하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회사 경영은 어려워지고 결국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서로 돕고 상부상조해야 할 지자체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항공 MRO 사업에 진출한다면, 상생 발전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멸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정부는 인천공항공사의 투자 유치는 위법이 아니며 중복투자도 아니라고 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합의 각서 일부 공개된 내용은 Δ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 내 개조시설을 건축하고 해당 시설을 합작법인 임대 Δ공항공사는 미연방항공국 FAA 규정 및 합작법인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개조시설을 제공한다 Δ공항공사는 개조시설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부지, 격납고, 인프라 등 필수시설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한다 등이다.

이러한 내용은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민간 영역인 항공MRO 사업을 직접 추진하려는 의도가 있고 그 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초기의 기술력으로 기체정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나, 노하우의 축적, 기술력의 향상을 통해 엔진정비, 복합정비를 수행할 경우 업무 영역의 중복은 불가피할 것이다.

-사천과 인천의 항공 MRO 갈등은 어떻게 시작됐나

▶사천과 인천의 갈등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항공 MRO 사업을 하려고 시도를 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지난해 6월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이 인천공항공사의 사업에 항공기정비업도 추가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것이 갈등의 실마리가 된 것이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스라엘 국영기업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 항공정비 전문기업 샤프테크닉스K와 '인천공항 항공기 개조사업 투자 유치 합의 각서'를 체결하면서 사천과 인천의 갈등은 본격화됐다.

-항공 MRO 사업이 꼭 사천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우리나라는 인건비가 높으므로 단순 기체정비가 아닌 고부가가치 MRO 사업인 엔진 손상 수리 및 기체 개조 MRO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항공기 제작에 따르는 기술이 필요한데 사천시에는 항공기 개발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완제기 업체인 KAI와 협력업체들이 있다.

항공제조업과 항공 MRO 사업을 위한 인프라가 어느 지자체보다도 잘 조성돼 있으며, 사천지역은 정부가 지정한 항공 MRO 전문업체가 탄생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런데도 지자체마다 전문적 지식과 충분한 검토 없이 항공 MRO 단지를 조성하고, 항공 MRO 사업을 추진한다면, 정부 지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항공MRO 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도 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항공MRO 사업이 항공기 개발에 준하는 인프라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MRO 기술은 항공기 개발기술과 분리된 별도의 기술이 아니며, 항공산업의 개발, 제조, 후속 지원 등의 토대가 이뤄진 지역이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사천을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에는 항공기 개발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완제기 업체인 KAI와 60여개의 항공 관련 협력업체들이 집적화돼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경상국립대학교 등 7개 대학에 항공관련학과가 개설돼 있으며, 삼천포공업고등학교, 경남항공고등학교에서도 항공산업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사천 항공 MRO 사업의 현재 위치는 어떻게 되나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 이제 막 안정된 단계에 진입하려는 길목에 서 있다. 사천의 대표기업인 KAI는 지난 2017년 12월 정부로부터 항공 MRO 사업자로 선정된 후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설립했다.

2019년 제주항공 B737의 초도정비를 시작으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LCC 업체들에 대한 기체 중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의 민간항공기 31대를 정비한 것을 비롯해 올해 6월까지 총 50호기를 정비했다. 2020년 10월에는 B737, A320 등 단거리 항공기를 연간 100대 정비할 수 있는 행거동을 준공했다.

이처럼 항공산업 발전과 항공 MRO 사업을 위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항공국가 진입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항공 MRO가 정부 계획과 같이 추진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현재 국내 항공산업의 중심지인 사천은 코로나19 사태와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항공운송업의 붕괴로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물심양면 도움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혀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를 잃어가는 현실이다.

그나마 항공 MRO 사업이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 정상궤도에 진입하면서 항공 관련 업체와 기술진들이 미래의 부푼 꿈을 꾸며 기술획득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해외기업을 끌어들여 항공 MRO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기술인력 확보와 항공기 정비기술 인증획득을 집중 육성하는데 서로 힘을 보태도 모자랄 텐데 항공MRO 사업이 사천공항과 인천공항으로 나뉘게 되면 잘 될 수 없다.


중복투자, 국가균형발전 저해, 수도권 일자리 쏠림현상 등 이런 문제점도 심각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천과 인천, 두 곳 모두 다 경쟁력을 잃고 결국 선진국의 MRO 사업에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