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북한이 9일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다시 한번 '자력자강'을 강조해 한미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지원 공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리일환 북한 노동당 비서는 이날 연설에서 "공화국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 인민의 존엄과 근본 이익을 튼튼히 수호할 것이며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모든 것을 우리 힘으로, 우리식대로 해결해나갈 것"이라며 자력갱생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는 이전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근 진전을 보이고 있는 한미 당국 간 대북 인도적지원 협력 논의와는 대립각으로 보인다.
최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두 차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북핵수석대표를 갖고 이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의 분야로 특정하면서 곧 대북 인도적지원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왔다.
이를 통해 남북대화의 호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미 간 비핵화 대화로 견인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획이었다. 미국도 북핵문제를 외교적 접근으로 해결할 거라고 밝혀왔고 인도적지원은 북핵협상과 별개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었다.
오는 14일로 알려진 도쿄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도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핵심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국경 봉쇄, 홍수 등 자연재해로 오랫동안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일각에선 북한이 대북 인도적지원을 받기 위해 손을 뻗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여태껏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공개적인 한미의 인도적지원이 아닌 국제기구나 민간단체를 통한 '조용한 지원' 추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에서 배정받은 코로나19 백신 약 300만 회분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 이유로 중국산 시노백 백신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이 행보로 다른 국제기구의 인도적지원 또한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상황이 더 심각한 나라에 양보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로나19상황으로 국경봉쇄를 단행한 상황으로 아직 북중국경을 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위험을 감수하고 백신·방역 물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미 당국의 대북인도적 지원 공여에 대한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수여자의 의사 없이 인도적지원은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인도적지원이 아닌 대북제재 해제"라며 "인도적지원은 지금까지의 북한 태도로 보면 부정적으로 예상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물꼬를 틔우기 위해 해볼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이라며 "그러나 상대가 원하는 게 아니니까 성사될 수 없다. 북한이 제재완화를 위해서는 핵을 포기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으면 제재와 관련해서 우리로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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