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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읽는 경제] 영화 '기생충' 네 식구의 월급 계산법

뉴스1

입력 2021.09.12 09:01

수정 2021.09.12 09:01

영화 <기생충> 속 김기택의 식구들. 왼쪽부터 장남 기우, 기택, 부인 박충숙, 장녀 기정.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영화 <기생충> 속 김기택의 식구들. 왼쪽부터 장남 기우, 기택, 부인 박충숙, 장녀 기정. (사진= <기생충> 스틸컷) © 뉴스1


박동익 사장(왼쪽)과 부인 최연교.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박동익 사장(왼쪽)과 부인 최연교.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기우(왼쪽)가 연교의 딸에게 영어 과외를 하고 있다.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기우(왼쪽)가 연교의 딸에게 영어 과외를 하고 있다.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연교(왼쪽)와 급여 협상을 하고 있는 기정.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연교(왼쪽)와 급여 협상을 하고 있는 기정.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기택.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기택.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충숙.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충숙. (사진=<기생충> 스틸컷) © 뉴스1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는 반지하 방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김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이 등장한다. 기택을 포함한 4명의 식구들은 모두 백수다. 그러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부잣집 박동익 사장(이선균 분)네 집에서 일자리를 얻은 것을 시작으로 식구들 모두 박 사장네 집에 일자리를 꿰차고 들어간다.

이에 장남 기우는 영어 과외교사, 장녀 기정(박소담 분)은 미술 과외교사, 기택은 운전기사, 기택의 부인 박충숙(장혜진 분)은 가사도우미로 한 집에서 일하게 된다. 기택 가족의 꼬임에 넘어간 박 사장의 순진한 부인 최연교(조여정 분)는 이들에게 고마워하며 두툼한 월급봉투를 건네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과외교사와 운전기사, 가사도우미의 월급은 어떻게 산정될까. 이와 관련해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소속 노무법인 돌꽃노동법률사무소의 김기홍 노무사에게 그 답을 구해봤다. 김 노무사는 한 집에서 일하는 이들의 급여 결정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외교사 기우·기정 월급은 개별 협상에 달려

먼저 과외교사의 경우 이들의 월급은 사용자인 학부모와의 구두 협의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경우도 드물다. <기생충>에서 연교의 아들 다송이에 대한 기정의 미술 과외교사 월급이 결정된 방식도 마찬가지다.

기정 "월·화·목·금 주 4회 2시간씩 수업 필요하고요. 이게 단순한 과외 수업이 아니고, 미술치료 개념이잖아요. 그쵸?"
연교 "그쵸!"
기정 "그렇기 때문에 저의 급여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연교 "제가 더 감사하죠!"

<기생충>에서는 연교가 자식들을 위해 과외교사에게 극진히 대하는 바람에 월급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진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선 과외교사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체불 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사용자인 학부모가 직접 과외교사를 알음알음 알아봐서 뽑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게 김 노무사의 설명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에 따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는데, 과외교사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노무사는 "이 때문에 사업장 등 기업에 소속돼 근로를 제공하지 않아도 타인을 위해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근로기준법이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설명을 붙였다.

◇운전기사 기택도 박 사장네와 개별 고용계약 가능성

운전기사의 경우 대개는 사용자가 속한 기업과 고용계약을 맺는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김 노무사는 "운전기사들은 새벽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2018년을 전후해 혼선이 빚어졌다"며 "기업들은 기존에 일하던 운전기사들을 해고하거나 근로 시간을 미리 정하는 방식으로 고용계약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급여도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주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월급을 환산해보면 182만2480원이다. 2022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 월급 기준 191만4440원이다.

<기생충>의 기택이 박 사장의 회사와 고용계약을 맺었다면 올해 기준으로 적어도 182만2480원, 내년 191만4440원의 월급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생충>에서는 박 사장 부인인 연교가 운전기사에게 월급을 준다고 설정돼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고용 계약일 가능성이 크다. 월급은 기택과 연교의 개별 협상에 따라 결정된다.

김 노무사는 "연교가 운전기사 기택을 개인적으로 고용했다면 법적으로 연교가 1인 사장이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5인미만 사업장에 해당돼 근로기준법을 일부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택이 프리랜서로 계약했다면 개인사업자이기에 주 52시간 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 충숙은 내년부터 최저임금 적용 가능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기택의 부인 충숙도 정식 고용계약 없이 연교와 임금 등의 고용조건을 합의해 일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가 법 적용 범위와 관련해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5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면서 내년 6월 16일부터는 가사도우미 역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8년만이다.

만약 충숙이 박 사장네에서 최저임금 아래로 월급을 받았다면, 내년 6월 이후에는 법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가사도우미, 가사근로자는 물론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식모, 가정부 등 용어와는 상관 없다.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청소·세탁·주방일·양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면 된다.

다만 김 노무사는 "가사도우미라고 해서 무조건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는게 아니다"라며 "각종 요건을 갖춰서 국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근로자에게만 법이 한정적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는 내년이라도 충숙이 국가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연교와 계약을 맺고 일한다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최저임금 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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