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 정비에 맞춰
단계적으로 실시하길
단계적으로 실시하길
국회는 지난해 12월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22년부터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예컨대 비트코인 거래로 연 25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면 20% 세율로 과세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22%를 내야 한다. 첫 납부 시기는 오는 2023년 5월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세금을 물리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납세자가 응당 누려야 할 보호 장치는 여전히 부실하다. 가상자산에 대한 개념 정리조차 불투명한 형편이다. 암호화폐 주무부처도 어정쩡하다. 이런 형편에 세금부터 물리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요컨대 과세와 제도 정비는 동시에 가는 게 옳다.
현재 국회에는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안이 여럿 제출돼 있다. 이용우 의원(민주)이 대표발의한 '가상자산업법안'(5월 7일),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5월 18일)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법안 처리가 선결과제다. 금융은 은행법, 보험업법, 자본시장법(증권·금융투자·자산운용 등) 등 업권별로 법률이 따로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작년 5월부터, P2P 금융을 다루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은 올 5월부터 시행 중이다. 천문학적인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가상자산업을 규율하는 법이 아직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현재 정부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맞춰 가상자산거래소를 정비 중이다. 거래소들은 오는 24일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현재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빅4 거래소만 은행 실명계좌를 터서 FIU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특금법은 거래소를 통한 불법자금세탁을 막는 게 주목적이다. 가상자산업의 질서를 잡고 육성하는 업권법과는 거리가 멀다.
암호화폐 투자는 2030 젊은층이 주축이다. 이들은 지난해 과세 결정을 내릴 때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이 2022년 과세 일정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다분히 내년 3월 대선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 청년층은 대선판을 좌우할 핵심세력으로 꼽힌다. 선거를 의식했든 안 했든 2022년 과세는 지나치게 성급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미 노웅래 의원(민주), 윤창현·유경준 의원(국민의힘) 등은 과세 시점을 유예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가상자산 차익에 과세를 조금 늦춘다고 국가 재정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과세는 거래소 시장 무질서를 바로잡고 법과 제도를 차분히 정비한 뒤 단계적으로 해도 늦지 않다. 그것이 납세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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