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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계좌 없는 중견거래소, 결국 원화마켓 문 닫는다

김소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3 18:36

수정 2021.09.13 18:36

코어닥스·플라이빗 거래소
국내 운영 어렵자 정리 수순
텐앤텐·빗크몬 "원화 출금만"
실명계좌 없는 중견거래소, 결국 원화마켓 문 닫는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 기한이 약 열흘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아직까지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한 중견 거래소들은 결국 원화 마켓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오는 25일부터는 실명계좌가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만 원화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 중엔 실명계좌를 확보한 곳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인계좌를 통해 원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왔음에도 소수 대형 거래소들과의 거래량 차이가 크게 벌어졌던 중견 거래소들은 이제 원화 거래라는 최소한의 경쟁 장치마저 상실하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원화마켓 종료하거나 거래소 문 닫아야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수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주부터 원화 마켓을 종료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차주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실제 영업일은 7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주가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취가 결정되는 마지막 일주일인 셈이다.

아직까지 실명계좌가 없는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원화마켓을 종료하고 코인마켓만 지원하는 형태로 오는 24일 내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하거나, 아예 거래소 서비스를 종료하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제도권 하에서 합법적으로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현재 대부분 전자를 택하는 모습이다. 이는 올해 3월 특금법이 시행될 때까지만 해도 중견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할 경우를 가정해 '최후의 카드'로 여겼던 일이지만, 이젠 사실상 그렇게라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중견거래소, 잇따라 원화마켓 종료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코어닥스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원화 입금을 무기한 종료한다. 오는 15일부터는 원화 마켓이 아예 삭제돼 더 이상 원화로 가상자산을 구매하거나, 반대로 가상자산을 매도해 원화로 현금화하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대신, 투자자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으로만 다른 가상자산을 사거나 매도 대금으로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플라이빗 거래소도 "특금법에 따라 코인 간 거래 가상자산 사업자로 우선 등록신청 하겠다"고 밝히며 오는 17일 원화 거래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공지했다. 지난 10일부터 원화 입금은 중단됐고, 오늘부터 테더(USDT)로 다른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테더 마켓이 지원된다.

이밖에 텐앤텐, 빗크몬 등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원화마켓을 종료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특금법에 따라 원화 거래 서비스는 일시적으로 종료하지만, 원화 출금은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성 희박…폐쇄 위기"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단기간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 무기한 원화 거래 서비스를 삭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 지속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어찌어찌 거래소 폐쇄는 피했지만 원화 거래 고객을 받지 못하니 국내에서 계속해서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현실적인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가 폭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편리한 원화 거래 서비스가 있었다"며 "가상자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른 거래소가 있는데, 가상자산을 미리부터 보유하고 있어야지만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를 누가 얼마나 찾겠냐"고 지적했다.


프로비트 도현수 대표는 지난 7일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정상화 긴급 성명발표'에서 "현재 업계 현황을 보면 4개 선발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점유율이 99%이고, 나머지 모든 거래소 점유율은 합쳐서 1% 남짓"이라며 "이제 나머지 거래소들이 모두 코인투코인(coin-to-coin) 서비스만 가능해지면 사업성은 희박하고 문을 닫아야만 할 것"이라 호소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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