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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빠진 아프간, 중국이 메우나...지원단 파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4 04:54

수정 2021.09.14 04:54

[파이낸셜뉴스]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7월 28일 중국 톈진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지도부 가운데 한 명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7월 28일 중국 톈진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지도부 가운데 한 명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중국이 이미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지원단을 파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떠난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13일(이하 현지시간) 탈레반이 지난달 아프간을 장악한 뒤 서방 국가들이 지원을 동결한 반면 중국은 지난주 310억달러 지원을 약속하고 카불 대사관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등 아프간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아프간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신장위구르 지역과 맞붙은 국경 안보를 위해 탈레반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발 빼는 서방, 지원 나선 중국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 다른 서방국들이 떠나면서 생간 아프간의 재정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미 지원단을 꾸려 아프간으로 보냈다.

미국 등의 대응과 반대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은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후 아프간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 은행들에 남아있는 아프간 자금 최대 100억달러를 동결했다.

또 이들 서방국가는 탈레반이 국민 투표로 뽑힌 정통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서 아프간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세계은행(WB) 등도 같은 조처를 취했다.

아프간 국민들은 겨울철이 다가오는 가운데 심각한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유엔은 지난 7일 대재앙이 닥칠 수 있다면서 2억달러 원조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중국이 기회를 잡고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주 중국은 식료품, 의약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모두 3100만달러 규모의 물품을 아프간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이후 약속받은 최초의 대규모 외국 원조다.

■ 아프간 지하자원에 눈독
중국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기회로 보고 있다. 고립무원의 탈레반을 지원해 아프간 천연자원을 대가로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

탈레반은 3일 중국이 카불 대사관을 유지하고, 양국 관계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7월말에는 미국이 아프간 철수에 나서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탈레반 지도부를 중국에 초청해 양자간 관계강화를 시사한 바 있다.

중국인민해방군 예비역 대령인 주보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미국이 철수함에 따라 중국은 아프간이 절실히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정치적 불편부당과 경제적 투자가 그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쨌거나 아프간은 중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은 탈레반과 협력을 통해 "중국이 스스로 독보적이라고 주장하는 인프라·산업 건설 기회와 함께 아직 개발되지 않은 1조달러 규모의 지하자원에도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아프간 인프라 재건을 위해 수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탈레반에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경 안보 보장
중국이 탈레반과 협력하는 또 다른 배경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특히 중국 국경 인근에서 활동하는 '동 투르키스탄 독립운동(ETIM)' 견제다.

ETIM은 중국 북서부 신장 지역 독립을 위해 싸우는 정치단체다.

중국은 위구르인들과 투르크계인들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위구르인 수만명을 신장 지역 곳곳에 퍼져 있는 감옥 같은 수용소 수백곳에 구금한 상태다.

중국 정부 성명에 따르면 7월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탈레반 지도부는 그 누구도 아프간 국경을 이용해 중국을 위협에 빠뜨릴 수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탈레반 "중국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
탈레반은 중국의 접근을 환영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디는 3일 "중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중국이 우리 나라에 투자하고, 우리 나라를 재건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동맹인 파키스탄도 탈레반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5일 이후 아프간에 지원품을 실은 수송기 최소 4대를 보냈다.

한편 미국은 이달초 아프간 지원을 재개했지만 탈레반은 배제하고 있다.
유엔세계식량프로그램(WFP) 등을 통해 2억6000만달러어치 식량을 보냈지만 탈레반이 아닌 각 지역 구호단체 직원들을 통해 식량을 나눠주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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