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일반

가상자산 시장 뒤흔든 가짜뉴스..기사 한 줄에 4조원 '허공'

정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4 17:08

수정 2021.09.14 17:08

라이트코인 80분만에 30% 급등락..4.2조 사라져
"보도자료·재단 SNS 담당자까지 속았다"
"허술한 팩트가 연쇄 오보로..강력한 규제 이어질 것"
[파이낸셜뉴스] 가짜뉴스가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었다. 세계 최고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와 가상자산 시가총액 16위 라이트코인이 얽힌 가짜 보도자료에 글로벌 미디어들이 잇따라 오보를 날리며 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고점 기준으로 보면 35억8000만달러(4조1911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라이트코인 80분만에 30% 급등락..4.2조 사라져

14일 가상자산 데이터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라이트코인은 전날 오후 10시49분(한국시간)을 전후해 231.11달러까지 급등했다. 오후 10시29분 175.51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0분만에 31.7%가 오른 것이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CNBC 방송 등 유력 매체들이 일제히 월마트가 라이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했다는 뉴스를 보도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었다. 세계 최고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와 가상자산 시가총액 16위 라이트코인이 얽힌 가짜 보도자료에 글로벌 미디어들까지 잇따라 오보를 날리며 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고점 기준으로 보면 35억8000만달러(4조1911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코인마켓캡 라이트코인 가격차트 캡쳐./사진=fnDB
가짜뉴스가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었다. 세계 최고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와 가상자산 시가총액 16위 라이트코인이 얽힌 가짜 보도자료에 글로벌 미디어들까지 잇따라 오보를 날리며 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고점 기준으로 보면 35억8000만달러(4조1911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코인마켓캡 라이트코인 가격차트 캡쳐./사진=fnDB

라이트코인 재단의 공식 트위터 계정(@litecoin) 역시 해당 보도를 리트윗하며 보도는 사실로 굳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월마트가 이를 공식 부인하며 라이트코인은 급락했다. 고점에서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전날 오후 11시44분 라이트코인은 상승세를 모두 반납하고 177.51달러까지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최고점 기준 154억3000만달러(18조639억원)에서 118억5000만달러(13조8727억원)으로 35억8000만달러(4조1911억원)이 줄어들었다.

가짜뉴스로 인한 널뛰기는 국내 시장에서 더 심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 라이트코인은 전날 10시 전후 21만원대에서 거래되다가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최고 34만2200원까지 상승했다. 60% 이상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로 판명된 이후에는 다시 21만원대로 되돌아왔다. 1시간 사이에 업비트에서만 5300억원 이상의 라이트코인이 거래됐다.

"보도자료·재단 SNS 담당자까지 속았다"

유력 매체들이 가짜뉴스에 일제히 속은 것은 미국 보도자료 서비스 '글로브 뉴스와이어'가 "월마트, 라이트코인과 주요 파트너십 체결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송부했기 때문이다. 이 자료에는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최고경영자)의 "10월1일부터 모든 이커머스 매장에서 라이트코인 결제옵션을 시행한다"는 발언과 라이트코인 설립자 겸 CEO 찰리 리가 개발에 대해 흥분과 열정을 표현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공식자료를 통해 라이트코인 결제채택 기사에는 "일말의 진실도 없다"며 "월마트는 라이트코인과 제휴를 맺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도 이 보도자료를 폐기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 모회사 인트라도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려는 목적으로 '사기 사용자 계정'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며 "인증 조치를 강화하고 보도자료 배포 시스템 하자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사진=fnDB
월마트는 공식자료를 통해 라이트코인 결제채택 기사에는 "일말의 진실도 없다"며 "월마트는 라이트코인과 제휴를 맺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도 이 보도자료를 폐기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 모회사 인트라도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려는 목적으로 '사기 사용자 계정'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며 "인증 조치를 강화하고 보도자료 배포 시스템 하자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사진=fnDB

월마트는 공식자료를 통해 "이 내용에는 일말의 진실도 없다"며 "월마트는 라이트코인과 제휴를 맺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도 이 보도자료를 폐기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 모회사 인트라도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려는 목적으로 '사기 사용자 계정'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며 "인증 조치를 강화하고 보도자료 배포 시스템 하자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라이트코인이 트위터로 해당 보도를 공유한 경위도 공개됐다. 찰리 리 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SNS 계정 관리자 중 한명이 내가 아침에 일어나기도 전에 글로브 뉴스와이어를 봤고 야후뉴스와 CNBC에서도 뉴스를 낸 것을 보고 진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가짜뉴스를 라이트코인 측에서 유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나는 20LTC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유포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허술한 팩트가 연쇄 오보로..강력한 규제 이어질 것"

문제가 된 보도자료가 몇가지 허술한 부분이 있는만큼 글로브 뉴스와이어와 미디어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크립토슬레이트는 보도자료의 이메일이 월마트의 공식 사이트와 연결돼 있지 않았으며 월마트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금융 관련 면책 조항(세이프 하버 인포메이션)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라이트코인이 트위터로 해당 보도를 공유한 경위도 공개됐다. 찰리 리 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SNS 계정 관리자 중 한명이 내가 아침에 일어나기도 전에 글로벌뉴스와이어를 봤고 야후뉴스와 CNBC에서도 뉴스를 낸 것을 보고 진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가짜뉴스를 라이트코인 측에서 유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나는 20LTC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유포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라이트코인 재단 트위터 캡쳐/사진=fnDB
라이트코인이 트위터로 해당 보도를 공유한 경위도 공개됐다. 찰리 리 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SNS 계정 관리자 중 한명이 내가 아침에 일어나기도 전에 글로벌뉴스와이어를 봤고 야후뉴스와 CNBC에서도 뉴스를 낸 것을 보고 진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가짜뉴스를 라이트코인 측에서 유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나는 20LTC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유포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라이트코인 재단 트위터 캡쳐/사진=fnDB

이번 사태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더 블록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속인 이번 '펌프 앤 덤프' 계획이 개리 갠슬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분노를 더 불러일으킨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은행 아반티 파이낸셜 CEO 케이틀링 롱 역시 "사기꾼을 추적할 기관은 미국 SEC가 아닌 사법부(DOJ)"라며 "법 집행 기관이 라이트코인을 사전에 거래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 상태"라고 트윗했다.

한편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돼 나온 첫 가상자산이다.
빠른 처리속도와 낮은 거래 수수료가 장점이다. 개인간 P2P 거래를 통해 거의 비용없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상자산을 즉각 전송할 수 있다.
중국계 미국인 찰리 리와 신시 왕이 공동 창립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