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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청년 일자리 원한다면 이재용 발목을 놓아주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4 18:05

수정 2021.09.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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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총리와 공개회동
4만개 이어 3만개 약속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향후 3년간 3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향후 3년간 3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청년 일자리 계획을 발표했다. 14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희망ON프로젝트' 간담회를 통해서다.
지난달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의 첫 공개 행보였다. 그간 문재인정부의 고용정책은 큰 실효를 못 거뒀다. 세금을 쏟아부어 '노인 공공 알바' 자리를 늘리는 데 그쳐 일자리 창출은 민간의 몫이란 사실도 입증됐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회적 기여를 할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

애초 정부도 그런 여론의 기대에 부응해 이 부회장을 8·15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삼성전자는 미·중 갈등으로 급변하는 세계시장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격랑을 헤쳐 나갈 한국 경제의 플래그십이기 때문이다. 그의 부재 중 삼성전자는 미국에 시스템반도체 공장 건설 공정이 지체되면서 이 분야에서 대만의 TSMC를 추월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에서도 미국이 인텔 등 자국 기업을 집중 지원하면서 '초격차 경쟁력'이 흔들릴 기미도 없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24일 오는 2023년까지 3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11일 만에 새로 4만명을 고용하겠다는 대형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오너 부재 리스크'를 새삼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여기에다 이 부회장은 이날 김 총리와 함께 3년간 모두 3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는 사회공헌 계획도 보탰다. 이처럼 도합 7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극심한 '취업 가뭄'과 맞닥뜨린 청년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총리실이 이날 삼성의 이 같은 과감한 투자를 높이 평가한 건 당연하다. 다만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5년 동안 취업을 금지한다는 현행법 규정이 걸림돌이다. 이 부회장이 이미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 마당에 재벌 개혁이라는 명분에만 얽매여 계속 그의 발목을 잡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얼마 전 김 총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필요한 경우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지만, 이제 와서 형식 논리에 따라 취업제한을 둔다는 것은 시각이 좁은 생각"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 부회장이 이미 석방된 상황에서 "경영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다"라는 김 총리의 판단이 옳다고 본다.
그의 가석방에 찬성한 국민 다수도 그가 일손을 놓고 휴양하기보다는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공헌에 앞장서기를 바랄 것이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당장 사면을 단행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현행 법규를 따르더라도 법무부의 특정경제사법관리위의 심의를 거쳐 실질적 경영 일선에 복귀할 길은 열려 있지 않나.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도, 청년 취업 절벽을 넘기 위해서도 국민들은 다시 삼성의 진격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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