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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든 NO마스크 외국인 수백명, 밤10시만 되면 이곳 '광란의 술판' [현장르포]

서울 '홍대 놀이터'
"한국서 가장 핫하고 힙한 곳"
거리 뛰쳐나와 춤추고 술마셔
단속하면 경찰 위협·소란까지
대유행 우려속 공권력 강화를
술병 든 NO마스크 외국인 수백명, 밤10시만 되면 이곳 '광란의 술판' [현장르포]
지난 10일 오후 11시 홍익대학교 인근 골목에서 수백여명의 외국인이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파티 즐기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주말인 지난 10일 오후 11시. 홍익대학교 인근 '홍대 놀이터'에서 춤을 추던 독일인 A씨는 '밖에서 술을 마셔도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A씨와 친구들은 소주병을 한 손에 들고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A씨는 "2주에 한 번씩 홍대놀이터를 찾는다"며 "최근에 클럽이 문을 닫으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새로운 '로컬' 문화로 소문 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놀이터는 '핫'한 곳"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지침이 강화됐음에도 홍대 놀이터 인근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매주 주말이면 수백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은 거리로 나와 경찰의 단속은 아랑곳 않고 술판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강제 해산 근거가 없어 치안 유지에 난항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규칙 강화 등을 통한 경찰의 공권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홍대놀이터 인근은 노상 클럽을 방불케 했다. 야간의 홍대 놀이터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지정된 탓에 화장실 인근을 제외한 구역이 폐쇄된다. 그럼에도 수백여명의 인파들은 놀이터를 둘러싸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인파들 사이에 있던 자동차 안에서는 클럽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들 중 마스크를 쓴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 외국인들은 '야외 클럽'이 문제적인 행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인 B씨는 "우리도 물론 이러한 행동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매주 이곳에 오는데 경찰의 제지가 없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제 수단 없어 골머리"

자정이 다가오자 경찰차가 순찰에 나섰지만 현장에 있던 외국인들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일부는 경찰차 트렁크를 두드리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실제 순찰에 나서는 경찰관들은 별다른 통제 수단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관계자는 "지구대 차원에서 순찰차 여러대를 보내거나 싸이렌을 울리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으로 이들을 해산할 법적 장치가 없어 치안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소란의 정도가 심한 외국인에 대해 여권을 검사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체포하고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소주병을 들고 경찰을 위협하던 취객이 있어 긴급 체포를 하기도 했다.

순찰차를 대거 동원해 이들을 해산시켜도 여러 문제가 뒤따른다.

홍익지구대 관계자는 "막상 이들을 해산시키면 경찰 눈을 피해 인근 골목으로 숨는다"며 "주택가로 들어가 소란을 피워 결국 고성방가 관련 민원이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 경찰 단독 계도는 한계

외국인들의 거리 점거는 인근 자영업자에게도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홍대 놀이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저녁부터 외국인들이 골목을 점거해 손님이 줄고 있다"며 "이미 오후 8시부터 사람들이 북적여 편의점이나 피자집을 제외한 가게들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큰 규모의 일탈이 또 다른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면서 경찰의 공권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을 계도하기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등 경찰이 단독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내국인과는 다른 외국인들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역사회 내 필요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지자체나 방역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도 법무부, 지자체와 업무 연계를 통해 미비한 법적장치를 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대규모 감염으로 번질 수 있는 홍대 사례와 같은 범법 상황에서 범법자들이 경찰의 제지나 판단을 소홀히하거나 무시한다는 건 법집행에 있어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공권력을 충분히 심어주지 못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며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을 바꾸기 힘들다면 행정규칙, 지시훈령에라도 명확한 규칙과 근거를 만들어 경찰관들이 공권력을 집행하는 데 당당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