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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값 1년새 50% 급등 "내년까지 간다"

원가 상승으로 추가인상 예고
레거시칩 가격 오름세 이어지자
전자제품 제조사는 사재기 나서
소비자가 상승분 떠안게 될 듯
국제 반도체 가격이 약 1년 만에 최고 50% 가까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제조사들이 이미 원가 상승으로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이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계속된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현지시간) 노무라 증권 등 업계 조사기관에서 취합한 자료를 인용해 세계적으로 반도체 및 원재료 가격이 동시에 급등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품목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액정화면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C)의 평균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50% 뛰었다.

마이크로컨트롤러칩과 전력관리반도체 가격도 30~40% 올랐으며 일부 제품의 가격은 400~500%까지 치솟았다. 이들 제품은 최신 기술로 제작된 고가 반도체가 아니라 옛날 공정으로 제작되어 비교적 단순하지만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이른바 '레거시칩'들이다.

반도체 칩을 올려서 부착하는 금속 기판(리드프레임) 가격도 25~30% 상승했고 반도체를 플라스틱 등으로 감싸 단자와 연결하는 패키징 비용 또한 15~20% 올랐다. 구리 가격 역시 40% 상승했으며 그나마 웨이퍼 재료 가격은 5% 상승에 그쳤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IT 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물류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난관에 처해있다.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레거시칩이 부족하다. 홍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데일 가이 조사부문 대표는 반도체 제조사들의 레거시칩 생산 비용이 40% 가까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FT는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부품 확보를 위해 유행을 타지 않는 레거시칩을 사재기하고 있어 공급 부족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부 업체들은 부품을 안전하게 확보할 생각으로 필요량보다 더 많은 반도체를 주문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제조사는 수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공급은 더 부족해졌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공급난이 내년에도 지속된다고 내다봤다. 2021년 2·4분기 기준 세계 반도체 위탁제조(파운드리) 업계 점유율 52.9%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는 지난달 발표에서 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가격 인상은 오는 10월 1일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최소 4명의 전자기업 경영자들을 인용해 3위 파운드리 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닉스(UMC) 조차 지난해 말부터 제품 가격을 올려 받았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TSMC를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증산 계획을 발표했지만 증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반도체 공급난이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피터 핸버리 파트너는 "스마트폰이나 PC의 경우 반도체 사용이 제한적인 다른 장치들보다 눈에 띄게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