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당국 "총량규제 완화 없다" 쐐기…은행들 농협發 풍선효과 차단 총력

뉴스1

입력 2021.09.16 05:50

수정 2021.09.16 05:50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민선희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총량규제 완화 불가 방침을 밝히며 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NH농협은행 대출중단 풍선효과로 수요가 몰려 대출중단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문턱을 높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16일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당국은 현재 매일 각 은행으로부터 가계대출 관리 현황을 제출받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정부 권고치(연 5~6%)에 임박하거나, 대출 증가 속도가 빠른 은행에 대해선 대출 관리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당국은 최근 은행권 부행장급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계대출 총량관리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 없음을 명확히 밝히며, 대출총량이 정부 권고치에 이르기 전에 미리 적극적으로 관리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옥죄기 위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선(5~6%)을 정해놓고 이를 넘으면 제재하는 방식으로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농협은행(7.1%)이 가장 먼저 정부 권고치를 초과해 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일각에선 당국의 권고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으나 당국이 이를 일축한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사전에 대출 관리를 소홀히 해 권고치를 넘겨놓고 대출이 중단되자 권고치를 완화해달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권고치를 완화할 계획이 없으니 미리 알아서 대출 관리에 신경을 써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은행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을 제한해오고 있지만, 농협은행 대출중단 이후 풍선효과로 대출수요가 타행으로 이동하면서 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7월말 4.35%에서 8월말 4.62%로 가파르게 상승해 정부 목표치인 5~6%에 이미 근접했다. 7월말 가계대출 증가율이 2%대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8월말엔 3% 중후반대로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더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대출중단이 연쇄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잇따라 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등 필사적으로 대출문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요 제한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신규코픽스(COFIX)를 기준으로 삼는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15%p씩 올리기로 했다. 주담대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운용 기준도 100∼120% 이내에서 70% 이내로 강화하고, 전세자금대출 중 생활안정자금대출의 DSR도 100% 이내에서 70% 이내로 낮춘다.

다만 실제 전세계약과 관련된 실수요 전세대출의 경우 한도 변화가 없다. 신잔액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대출상품 취급도 중단한다.

우리은행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신잔액코픽스 기준 전세·주담대 상품의 취급을 전날부터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이자가 싼 특정상품에 대출수요가 몰려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우리은행은 이 밖에도 전세대출 이용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 등으로 가계대출 수요를 제한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이달 초 전세대출에 대한 가산금리를 0.2%p씩 높였다.

은행권에선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대부분이 전세대출, 집단대출 등 실수요 대출이고 이는 집값·전셋값 상승에 기인한 만큼, 일괄적인 대출제한이 실수요자들의 돈줄을 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집값, 전셋값이 10%가량 급등한 상황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무조건 5~6%에 맞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대출수요는 그대로인데 집값 안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대출만 조이면 그 피해는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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