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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ET, 분리막 다음 먹거리는?..中스마트폰사에 납품한 '이것'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8 08:00

수정 2021.09.23 16:35

[파이낸셜뉴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지난 8월 첫 별도 실적 공시를 냈습니다. SKIET는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을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회사입니다. 분리막은 배터리 안정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로, 최근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돌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성장세에 올라탄 SKIET는 올 상반기 매출 2944억1100만원, 영업이익 767억19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주가는 공모가 10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22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SKIET의 실적 공시를 살펴보던 중 눈길을 끈 항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신규사업'입니다. 공시에 따르면 신사업 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3억9500만원, 영업손실 155억67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실적을 보니 아직 사업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 이 회사가 분리막의 뒤를 이을 신성장동력으로 무엇을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바로 폴더블 폰에 탑재되는 '플렉서블 커버 윈도우(FCW, Flexible Cover Window)'입니다. SKIET는 "FCW 시장 내 후발주자임에도 당사에서 생산하는 투명 PI 필름은 경쟁사와 유사한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며 "투명 PI 필름의 경우, 신제품 개발에 비교적 장기간(2~3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새로운 투명 PI 필름의 개발과 동시에 하드코딩(Hard-coating)을 통한 기존 제품의 성능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5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올해 5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SKIET의 FCW 사업의 시작점은, 이 회사가 2019년 4월 물적분할되기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6년 3월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현 SK지오센트릭)이 각각 진행하던 투명 PI 필름 개발 프로젝트와 하드코팅 연구과제를 통합해 SK종합화학 소속의 FCW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습니다. 이후 2018년 3월 TF가 SK이노베이션으로 이관됐고, 2019년 3월 대전의 데모 플랜트(Demo Plant)에서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SKIET가 분할신설된 이후 증평 공장에서 투명 PI 필름 1호기 시운전을 시작했습니다. 2020년 4월에 이르러 상업가동을 개시했고, 같은 해 7월부터는 중국 기업 '로욜'에 FCW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로욜은 2018년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제조한 회사입니다. SKIET는 "해당 고객사의 신형 플래그십 폴더블 스마트폰 제품에 대해 양산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신규사업 매출의 수출 비중이 높습니다. 올해 상반기 신규사업 수출 매출실적은 3억8500만원, 내수는 1000만원입니다. 2019년 연간 수출과 내수 실적은 각각 2억2300만원, 2400만원을, 2020년은 25억8000만원과 61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LG화학이 개발한 '리얼 폴딩 윈도우' 제품 사진. LG화학 제공.
LG화학이 개발한 '리얼 폴딩 윈도우' 제품 사진. LG화학 제공.

국내 주요 경쟁 회사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LG화학입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5월 직접 개발한 투명PI필름인 CPIⓇ필름이 샤오미가 출시한 폴더블폰 '미믹스폴드(Mi Mix Fold)' 커버윈도우에 적용됐다고 발표했습니다. CPIⓇ필름이 "샤오미를 포함해 중국 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폴더블 디스플레이용 소재 시장 전체에서 점유율 90%에 육박해 박막유리를 제외한 커버윈도우용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LG화학은 이달 초 특수 개발한 코팅제를 적용한 폴더블 IT 기기용 '리얼 폴딩 윈도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평면은 유리처럼 단단하면서도 접힘 부위는 플라스틱처럼 유연"하다고 합니다. 현재 상용화된 커버 윈도우가 화면이 안쪽으로 접히는 인폴딩(In-Folding) 방식에 최적화 돼 있는 데 반해 '리얼 폴딩 윈도우'는 화면이 안팎으로 접히는 아웃폴딩(Out-Folding) 방식까지 모두 구현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 상용화된 건 아닙니다. 2022년까지 양산성을 확보하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폴더블폰 시장은 향후 급격하게 성장할 전망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OMDIA는 폴더블폰 시장이 2020년 350만대에서 2026년에는 5000만대 규모로 급성장한다고 관측했습니다. 디스플레이 시장 조사기관인 DSCC은 2020년 시장조사 보고서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 공급량이 2021년 330만대 수준에서 2024년 4110만대 수준까지 늘어난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미 주변에서도 폴더블폰 사용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SKIET 증권신고서 캡처
SKIET 증권신고서 캡처

SKIET는 'Tier-1 분리막 제조사' 중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생산능력 총 4억9100만㎡로, 글로벌 점유율 26.5%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아사히카세이(23.7%), 도레이(23.6%)가 쫓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분리막 시장도 급속하게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SKIET의 분리막 매출 및 수익도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반면 FCW 시장은 아직 개화하지 않았다고 SKIET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SKIET는 투명 PI원단만을 자체 생산하고 있고, 나머지 공정은 외부에 맡기고 있습니다.
시장 성장을 지켜보며 추가 공정의 내재화도 검토하겠다는 전략입니다.

SKIET는 "FCW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투자 위험 최소화를 위해 투명 PI 원단의 자체 생산 외 하드코팅 등은 외주 임가공을 통해 FCW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면서도 "급격한 시장 수요 증가에 따른 적기 대응을 위해 주요 공정의 내재화 및 추가 증설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SK가 먼 미래를 내다보고 분리막 사업에 투자해 열매를 맺었듯, 향후 폴더블폰이 대중화되면서 FCW가 SKIET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뉴스1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뉴스1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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