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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마약전쟁 최전선에 서다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6 18:04

수정 2021.09.26 18:04

[차관칼럼] 마약전쟁 최전선에 서다
얼마 전 관세청은 개청 이래 최대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적발된 마약은 멕시코에서 우리나라를 경유해 호주로 밀반출하려던 필로폰(메트암페타민) 404㎏으로 동시에 135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에서 적발된 필로폰 합계가 399㎏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다.

사건을 수사한 부산세관 조사팀은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십만건의 수출입 실적을 정밀분석해 혐의자들을 추려낸 뒤 한 달 이상의 잠복근무와 추적 끝에 국내 교외의 한 창고에서 비행기 감속장치 부품 안에 숨겨진 필로폰을 찾아냈다. 마약 반입을 차단해 국민안전을 수호하겠다는 관세청 직원들의 사명감이 대한민국 마약범죄 사상 최대 적발이라는 결실을 이뤄낸 것이다.

이렇듯 마약류 반입은 해마다 늘고 있고, 국내 마약류사범은 지난해 기준 1만8050명으로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객을 통한 마약 밀수가 어려워지자 국제우편물 및 특송화물을 통한 밀반입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밀반입된 마약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다크웹 등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돼 인터넷에 익숙한 10~30대 젊은 층이 마약범죄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 마약사범의 초범비율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상에서 얼마나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관세청은 관세국경의 최일선에서 마약 단속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최근 5년간 국내 마약류 압수량의 약 77%에 관세청이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세청의 마약수사 능력은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 초 검찰청법이 개정돼 마약류 수출입 범죄에 대한 세관의 직접수사 범위도 대폭 확대됐다.

그러나 우수한 수사력에 비해 단속현장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재 관세청은 다른 마약수사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60여명의 인원으로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국경을 통과하는 마약 밀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그 수법은 날로 지능·첨단화되는 가운데 수사직원들의 열정만으로는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 증원과 과학장비 도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에 관세청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내년 마약조사 전담부서를 추가 신설하고 수사인력 충원을 추진 중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마약확산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마약위험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손댄 마약이, 살을 빼거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무심코 시작한 이름모를 약이 나와 사회를 병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고 해외여행이 다시 활발해지면 여행객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 시도도 증가할 수 있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마약단속의 최전선인 관세국경에서 마약류 반입차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안전한 대한민국,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관세청의 노력에 더해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청정국이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임재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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