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피플in포커스] 포스트 메르켈에 안정·실용 '로봇' 올라프 숄츠

뉴스1

입력 2021.09.27 17:10

수정 2021.09.27 17:10

올라프 숄츠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2019년 1월 30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함께 내각 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민당 소속 숄츠 부총리는 집권 기민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으로 부총리직을 수행했지만, 실용주의적 위기 관리 능력과 안정감을 어필해 메르켈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 취임이 유력해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올라프 숄츠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2019년 1월 30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함께 내각 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민당 소속 숄츠 부총리는 집권 기민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으로 부총리직을 수행했지만, 실용주의적 위기 관리 능력과 안정감을 어필해 메르켈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 취임이 유력해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아르민 라셰트 집권 기민당 대표 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가 2021년 7월 17일 수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나치게 활짝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아르민 라셰트 집권 기민당 대표 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가 2021년 7월 17일 수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나치게 활짝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독일 총선 결과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차기 총리에 오를 올라프 숄츠(63) 대표에게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숄츠가 사민당 총리 후보로 지명됐을 때만 해도 놀랍다는 반응이 컸다.
당내 보수파로 꼽히는 이미지 때문인지 당 지도부 선거에서 패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진적 변화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보수적 이미지가 오히려 총선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일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지만, 이번 총선에선 '인기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정계 은퇴 선언으로 빠진 집권 기독민주(CDU)·기독사회(CSU) 지지율 일부가 숄츠 대표에게 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기 관리 능력 입증

숄츠 대표는 메르켈 총리의 기민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 결과로 2018년부터 3년간 연방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메르켈 정부의 철통같은 재정 방어를 고수해왔으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국면에서는 비상기금 수백만 유로를 풀어 기업과 시민을 지원,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어필할 수 있었다.

늘 딱딱한 전문 용어를 사용해 '지루한 관료' 이미지를 면치 못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발휘된 그의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두고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가 '숄마트'(Sholzomat=Sholtz+Automat)이란 별칭을 붙이면서, 친근한 이미지도 얻게 됐다. 아우토마트(Automat)는 기계인간이란 뜻이다.

◇긴 정치 경험 속 요직 거쳐

숄츠 대표는 30여년 정치 이력을 차분히 쌓아왔다. 메르켈 총리 집권 전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기 사민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메르켈 1기 내각에선 노동부 장관도 역임했다.

사실 '당내 보수파'란 평가는 틀린 표현이라고 독일 공영 도이치벨레(DW)는 지적했다. 사민당 청년조직 대표 시절 그에게선 사회를 바라보는 급진적인 시선이 묻어났고,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었다.

1975년 정식으로 입당하고 1998년 선출직으로 연방 의회에 입성한 기간에도 함부르크에서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무역법 전문성도 길렀다. 이 기간 경제와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숄츠 대표는 회고한 바 있다.

◇개인 경쟁력 중요했던 이번 총선, 숄츠 '압승'

전후 연방 공화국 수립 이후 72년 중 52년을 집권해온 기민당 입장에선 이번 총선 결과가 '최악의 성적표'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반 선두를 지켜온 기민연합의 지지율은 지난달부터 사민당에 추월당하기 시작했는데, 7월 독일을 휩쓴 홍수 피해 현장을 방문한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 겸 피해 지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일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숄츠 대표는 라셰트 대표보다 더 안정감을 주는 후보로 급부상했고, 메르켈 총리가 중도주의를 표방해 보수 기민연합 지지율보다 높은 개인적 인기를 누렸던 것처럼, 진보 사민당을 이끌면서도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진 않을 것 같은 숄츠 대표의 보수적 면모가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우베 준 트리어대 정치학 교수는 "독일에서 안정은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숄츠 대표는 부총리 겸 재무 장관이고, 유권자들은 그를 30년간 지켜봐왔다"면서 "반면, 라셰트 대표는 리더십을 입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엘파이스는 전했다.

◇연정 협상 험로·자금 세탁 스캔들 '과제'

일단 사민당이 1위를 차지해도 분데스탁 전체 의석 735석 중 200석 초반 남짓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립 정부 구성 협상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숄츠 대표는 그간 TV토론회에서 당선 시 증세와 확대 재정, 기후변화 대응 등 정책 접점이 겹치는 녹색당과의 연정 의사를 밝힌 반면, 기민연합과의 대연정 유지 가능성은 일축한 상황이다.

이에 전후 독일 연방 정부 사상 최초 3당 연정이 구성될 경우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동독 공산당을 계승한 급진 좌파 링케 중 어느 당이 합류할지에 따라 새 정부의 색깔이 정해질 전망이다.

기업 친화적인 숄츠 대표로선 자유당과 더 접점이 크지만, 링케가 나토 탈퇴 등 기존 급진적인 정책들을 양보한다면 연정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숄츠 대표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2주 전 오스나브루크 검찰은 연방 재무부와 법무부를 상대로 자금 세탁 혐의를 제기했는데, 숄츠 대표를 직접 겨냥한 건 아니지만 과거 유사한 스캔들에 휘말렸던 그로선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오스나부르크 검찰총장은 과거 기민당에 몸담았던 정치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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