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4년 가까이 이어진 정치적 혼란과 제재로 화폐가치가 휴지로 변한 베네수엘라에서 지폐 가치를 100만분의 1로 줄이는 화폐개혁이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천문학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화폐개혁을 또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1일(현지시간) 발표에서 기존 100만볼리바르를 1볼리바르로 바꾸는 새 화폐를 공개했다. 새로 발표된 1볼리바르는 0.25달러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의 화폐 개혁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3번째로, 새 화폐 1볼리바르는 2008년 100조볼리바르와 같다.
베네수엘라 중앙대학의 호세 게라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이유는 화폐 규모가 너무 커져 결제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없고 지불 시스템이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불카드 결제 시스템이나 회사 회계 시스템은 초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에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화폐 개혁 전 베네수엘라에서는 2L짜리 탄산음료 1병이 800만볼리바르를 넘었다. 고액권 부족으로 소비자들은 엄청나게 많은 지폐들로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현지에서는 하루에 인출 가능한 지폐 액수가 2000만볼리바르로 제한됐고 일부 은행들은 그마저도 지급하지 못했다. 게라는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60% 이상의 거래가 미국 달러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지난달 볼리바르의 디지털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지불 시스템이 현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화폐개혁이 볼리바르 통화 가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단지 화폐 사용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새 화폐도 오래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더 이상 인플레이션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2021년 말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550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라는 초인플레이션이 멈추지 않는 한 화폐 개혁은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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