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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 외면 받지 않기를"…부산 지하철 자판기 점자판 설치

덕문중학교 학생들이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사에 있는 자판기에 점자판을 제작·설치하고 있다.2021.9.29/© 뉴스1 노경민 기자
덕문중학교 학생들이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사에 있는 자판기에 점자판을 제작·설치하고 있다.2021.9.29/© 뉴스1 노경민 기자


덕문중학교 학생이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사에 있는 자판기에 점자판을 설치하고 있다.2021.9.29/© 뉴스1 노경민 기자
덕문중학교 학생이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사에 있는 자판기에 점자판을 설치하고 있다.2021.9.29/©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 지하철 자판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두의 자판기'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1.9.29/©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 지하철 자판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두의 자판기'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1.9.29/©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아이들이 직접 부산에서 최초로 지하철 자판기 점자를 만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산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자판기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판이 단 한개도 부착되지 않아 비판이 나온 가운데(뉴스1 4월20일 보도) 최근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에 첫 점자판이 설치됐다.

부산 지하철 자판기 점자판을 부착한 주인공은 가덕도에 있는 덕문중학교 학생들.

이들은 지난 9월 29일 오후 5시30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연산역 역사에 자판기 점자판을 설치하기 위해 모였다.

부산 지하철 역사에는 총 198개의 음료수 자판기가 있다. 이중 점자 표기된 자판기는 없다.

수도권에는 일부 자판기에 점자판이 설치돼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시각 장애인들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수인분당선, 수도권 1.4호선 등 총 1500여개의 자판기에 투명 점자판을 부착했다.

공중이용시설 자판기 점자 표기에 대한 법령도 존재하지만 필수가 아닌 권고 사항에 그칠 뿐이었다.

이번 점자판 부착 재능기부를 결정한 정예설 교사는 학교에서 장애인 인권 동아리를 맡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들의 삶을 위해 기여하는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정 교사는 점자가 표기된 자판기가 부산에 없다는 사실을 듣고 곧바로 재능기부로 선보였다.

그는 "사회의 불편함을 보고 '어쩔 수 없어. 불편하지만 바뀌길 기다릴 수밖에'라고 생각하기보단 '내가 직접 불편한 점을 바꿔보자'는 마음에 시작했다"며 "협력을 통해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덕문중 학생들은 2주 동안 점심시간과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점자판을 제작했다. 처음 본 점자에 익숙지 않아 몇번은 실수로 잘못 표기된 점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폐기해야 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겪어온 고충을 떠올리면서 하나하나씩 만들어갔다.

부산교통공사도 정 교사의 봉사활동에 공감하고 자판기 임대인마다 허가 동의를 받아냈다.


박주연양(2학년)과 장하란양(1학년)은 "매일 점자판을 만들면서 허리도 아팠지만 붙이고 나니 뿌듯한 기분"이라며 "앞으로 부산의 모든 지하철 자판기에 점자판이 설치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교통공사 측은 앞으로 점자판 설치 대상 자판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산지부는 "모든 부산시민들이 자판기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며 "앞으로 시각장애인들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판기에서 음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지역 전체 지하철 자판기에 점자판이 설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