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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전세계적 문화현상 됐다" WSJ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3 07:03

수정 2021.10.03 08:48

[파이낸셜뉴스]
싱가포르의 '브라운버터 카페'에서 1일(현지시간) 고객들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달고나 뽑기 게임을 따라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싱가포르의 '브라운버터 카페'에서 1일(현지시간) 고객들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달고나 뽑기 게임을 따라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이 본 드라마 자리로 가기 위해 순항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함께 세계 양대 경제신문 가운데 하나인 WSJ은 이날 온라인판에서 서울발 오징어게임 기사를 문화섹션이 아닌 메인 기사로 배치했다. 가장 많이 읽은 WSJ 기사 톱3위에도 올랐다.

WSJ은 몇 안되는 미 전국지 가운데 하나로 특히 월스트리트에서 영향력이 상당하다.


오징어게임은 전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2일에도 TV쇼 부문에서, 또 영화와 TV쇼를 합친 부문에서도 1위 기록을 이어갔다.

83개국 가운데 터키와 덴마크를 제외한 나머지 81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WSJ은 디스토피아 세계에 관한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최고 히트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 드라마는 이제 '전세계적인 현상(global phenomenon)'이 됐다고 전했다.

주로 10대들이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소셜미디어인 틱톡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나온 아이들 놀이를 사람들이 따라하는 동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오징어게임' 의상을 핼러윈에 맞춰 앞다퉈 판매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서구권에서 인기가 높은 핼러윈은 이달 말이어서 소매업체들은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징어게임 의상 판매에 혈안이 돼 있다.

WSJ은 오징어게임이 미국을 비롯해 90여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넷플릭스 경영진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전했다.

넷플릭스에서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창작활동 전체를 감독하는 김민영 총괄은 WSJ에 오징어게임은 그 어떤 기준으로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총괄은 오징어게임이 지금까지 넷플릭스 최고 기록을 갖고 있던 영국 시대극 '브리저튼(Bridgerton), 프랑스 드라마 '루팡(Lupin)'을 시청시간, 시청자 수(최소 2분 이상 시청) 등에서 앞지르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오징어게임은 여전히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오징어게임처럼 빠르고, 공세적인 상승세를 타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오징어게임 트레일러 시청건수는 1400만건이 넘는다. 브리저튼, 루팡 등의 트레일러 시청건수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WSJ은 그러나 오징어게임이 갑작스레 대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라면서 넷플릭스의 수년간에 걸친 한국 컨텐츠 투자가 그 밑거름이 됐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2015~2020년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약 7억달러를 투자했다. 올해에만 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시작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약 80편을 제작했다.

이같은 투자규모는 작지 않은 수준이다.

'발리우드'란 별명을 갖고 있는 아시아 영화천국 인도에 넷플릭스가 2019~2020년 투자한 규모가 4억달러 수준이었다.

넷플릭스가 올해 전세계 컨텐츠에 쏟아붓고 있는 돈은 약 170억달러에 이른다.

오징어게임 인기는 특히 이례적인 경쟁에 내몰린 넷플릭스에 '가뭄 속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경쟁사들이 오리지널 히트작 등을 내세워 넷플릭스의 아성을 위협하는 가운데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엥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그랬듯 자막으로 시청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미국인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갖고 있다.

WSJ은 언어 장벽을 감안한 넷플릭스가 드라마 성공을 위해 비주얼, 녹색 트레이닝복, 놀이터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세트 등을 강조했다면서 일부 복잡한 드라마속 게임규칙들도 단순화하거나 바꾸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한국 드라마 시청이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중남미, 그리고 미국 등으로 빠르게 유행처럼 번지는 것에도 도움을 받았다.

K-드라마 글로벌 저변 확대가 오징어게임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미국내 K-드라마 시청은 지난 2년간 2배 폭증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전체 시청자의 약 95%는 한국 이외 지역 시청자라고 밝혔다. 31개국 언어로 자막이 서비스되고, 13개 언어로 더빙이 이뤄졌다.


한편 WSJ은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게임을 10여년 전에 구상했지만 기괴한 분위기 등으로 당시에는 제작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현금이 필요해 노트북을 파느라 시나리오 작업도 중단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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