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4일 日 기시다 내각 출범.. 요직에 '아베 사람들' 배치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3 18:13

수정 2021.10.03 21:31

 내각 2인자 관방장관에 마쓰노 
"총리, 신사참배 문제없다" 주장
 기시 방위상·모테기 외무상 유임
 경제안보 담당 각료 신설도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의 사람들'이 4일 출범하는 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서 '논공행상'에 따라 장관 자리를 대거 차지하면서,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 비해 우파 색채가 한층 더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 내 전통적인 온건 보수파인 고치카이(굉지회, 기시다파)를 이끌고 있는 기시다 총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총리 취임을 하루 앞둔 기시다 자민당 총재는 3일 내각의 2인자인 관방장관에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상(호소다파)을 기용하고, 부총리 겸 재무상에 스즈키 순이치 전 자민당 총무회장(아소파)를 내정했다. 총리를 보좌하고, 위기관리를 담당하며 정부의 '입' 노릇을 하는 관방장관은 한국으로 따지면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자리다. 마노쓰 관방장관 내정자는 아베 전 총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호소다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며,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 일본 정부 및 군의 책임을 부정해 왔다.
지난 2014년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또 문부과학상 재직 당시, 2017년 3월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학습지도요령을 확정했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으로 어린 시절 외가인 기시가(家)로 양자로 보내진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징용·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 온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새 내각에서 유임됐다.

아베 내각 때인 2019년 9월부터 외무성을 이끌고 있는 모테기 외무상은 징용 문제 등에 있어 한국에 '고자세'를 견지하면서 강창일 주일 한국 대사는 물론이고 전임자인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와도 만나지 않았다.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각료를 신설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국가전략을 마련하고, 경제안전보장 추진법을 제정 등을 담당하는 자리다. 미·중 기술 경쟁, 중국의 기술 탈취 등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와 가까운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신임 간사장이 최근 경제안보 문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런 입장이 기시다 내각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지원한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에 오른 것이나, 지나친 '아베 색'이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인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도 새 내각에 그대로 남는 것 역시 한일 관계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총재는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공명당 몫으로는 국토교통성 대신 자리를 할당,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부대표를 기용하기로 했다. 아베·아소파가 당직과 핵심 각료 자리를 독식하면서, 기시다파벌 내부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고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고치카이(기시다파)소속 의원들은 지난 1일 이뤄진 자민당 인사에서 당4역 중 한 자리도 받지 못했다.

기시다 총재는 4일 일본 국회에서 총리 지명 선거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쳐, 일본의 제100대 총리로 취임한다.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 국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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