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7명 화재 참사' 밀양세종병원 유족들, 국가 배상 길 열렸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자체, 안전 책임 의무 소홀
유족 12명에 1억씩 배상하라"
참사 3년 만에 정부 배상 첫 판결
나머지 유족 손배소 영향줄 듯

지난 2018년 1월 30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인 경남 밀양 문화체육관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지난 2018년 1월 30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인 경남 밀양 문화체육관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47명이 숨지고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 희생당한 유족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자체가 안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법부가 인정한 셈이다.

■법원 "지자체 책임" 배상 책임 인정

창원지법 밀양지원 제1민사부(김종수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12명이 밀양시와 경상남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지난 2018년 1월 경남 밀양 소재 세종병원 응급실에선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당하는 등 총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수사 결과 화재 원인은 병원 1층 응급실 천장의 전기배선이 꺾이거나 눌려 합선으로 드러났다. 세종병원은 개원 이래 전기배선에 대한 정밀점검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 병원 건물을 증축해 전력량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2017년에만 3차례에 걸쳐 건물 여러 곳에서 누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6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안전대진단을 실시했으나 기록표 미작성 지적 외에는 별다른 지적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밀양시는 2011년부터 무허가 비가림막을 설치한 세종병원에 이행강제금 부과 이외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상남도와 밀양시가 화재 발생에 대한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허가 가림막은 화재 발생 시 피해가 확대될 위험이 상당히 컸음에도 7년 동안 이행강제금만 부과했을 뿐 철거 대집행을 시도하지 않았다"며 "소방특별조사, 국가안진대진단 중 공무원들이 가림막의 존재를 알 수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세종병원의 경우 건물이 노후화됐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있었는데도 공무원은 높은 주의가 요구되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점검해야 할 비상발전시설도 세종병원 관계자의 이야기만 듣고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밀양시가 무허가 가림막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점 △2004년 세종병원 개설 당시 건축법 위반 사항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에 유족들은 약 1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밀양 참사' 현재 진행형

이번 판결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 국가 배상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나머지 유족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비롯해 조만간 선고를 앞둔 '제천 화재 참사' 사건에도 국가의 책임 범위를 두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밀양 세종병원 참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밀양 세종병원은 의사가 아닌 개인이 차린 병원으로 소위 '사무장 병원'이다. 이 병원 이사장 손모씨는 지난 2019년 12월 업무상과실치사 및 의료법 위반 등 혐의 등으로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참사의 핵심 대책으로 지목된 스프링클러 설치는 의료계 반발 속에 지난해에서야 소방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졌고, 그마저도 2022년 8월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다.

앞서 유족들은 세종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어떠한 배상을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세종병원을 '사무장 병원'으로 적발, 요양 급여 환수 조치를 실시해 먼저 금액을 징수했기 때문이다.

[email protected]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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