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제 LPG값 치솟는데…수입사들 반영못해 손실 '눈덩이' [정부, 에너지 가격 과도한 개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3 19:40

수정 2021.10.03 19:40

판매가 자율 결정제 도입했지만
정부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 동결
SK가스·E1 상반기 영업익 반토막
겨울철 수요 급증땐 수익 직격탄
LNG업계도 '불똥튈라' 예의주시
국제 LPG값 치솟는데…수입사들 반영못해 손실 '눈덩이' [정부, 에너지 가격 과도한 개입]
국제 액화석유가스(LPG)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에너지 가격 동결조치에 산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업체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국내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해 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겨울을 앞둔 터라 가스연료 수요가 더 늘면서 국제가격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업체 수익악화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PG 수입사인 SK가스의 가스사업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1439억1600만원) 대비 41.3% 하락한 844억4900만원을 기록했다.

국제가격을 국내 판매가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SK가스 측의 설명이다.

SK가스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분의 대부분이 국제가격을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양대 LPG 수입사 중 하나인 E1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04억6668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영업익 825억9017만원 대비 49%나 감소했다.

하반기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두 회사는 올 3·4분기에 국내 LPG 공급가격을 ㎏당 약 180원 인상했다. LPG 국제가가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두 회사가 일부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침체된 LPG 수요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서민경기를 감안해 국제가, 환율, 해상운임 등 비용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걸림돌은 따로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바로 정부의 입김이다.

■정부 입김에 가격 반영 못해

LPG 국내 판매가는 2001년 이전까지 정부가 통제했지만 그 이후부터 전면 자유화됐다.

하지만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당국이 LPG 가격 인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자율적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 8월 긴급 간담회를 열고 LPG 업계에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야 하지만 정부의 입장이 완강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이 동결됐다"면서도 "국제 LPG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가격을 한 번에 반영하게 될 경우 기업 등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LNG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LNG는 LPG와 달리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해 민간도시가스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구조다. 지방자치단체가 각 도시가스 사업자의 도매공급비, 시설투자비, 인건비 등에 약간의 수익을 얹어 도시가스 요금을 정하는 구조여서 가격상승에 따른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국제 LNG 가격이 유례없이 크게 오른 탓에 정부 및 지자체가 모든 비용 상승분을 떠안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도시가스사도 고통분담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전기요금 상승도 우려된다. 국내 전력생산의 32%(올해 상반기 기준)를 LNG 발전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LPG와 LNG를 공장의 연료·원료로 사용하는 정유·석유화학사들이 받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스팟물량(단기계약)의 가격상승분은 부담해야 하지만, 대부분 장기계약을 통해 가격 리스크를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프타와 LPG를 원료로 투입하는 석유화학사들도 LPG 가격이 상승하면 나프타 비중을 늘리면서 가격오름세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이면 난방 수요가 LPG와 LNG 수요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연말까지 국제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상승한 원료·연료 가격은 결국 장기적으로 전기요금과 비용 등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다변화가 시급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