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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뺀 물가상승률 '수수방관'…국감 전 기재부 '모르쇠' 전략?

뉴스1

입력 2021.10.04 05:30

수정 2021.10.04 05:3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9.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9.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달 29일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2021.9.29/뉴스1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달 29일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2021.9.29/뉴스1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기획재정부가 물가에 사실상 '집값'에 근접한 '자가주거비'를 반영하지 않으면서 이에 선택적 해명만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CPI)의 물가지표에 자가주거비를 적용하도록 한 권고사항은 제외한 채 같은 기관이 제시한 유리한 매뉴얼만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미국 등 해외 지표처럼 집값상승률을 물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경우 집값관리의 실질적인 책임이 재정당국과 한국은행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뺀 물가지표 사수 의지만 나타난 기재부 설명자료


4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재부 산하 통계청(기재부)은 <뉴스1>이 지난달 12일 '집값급등에 궁핍한 살림, 물가지표론 못본다?…집값포함 물가 4.6%대'는 제목의 보도기사에 대해 이튿날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이 자료에서 "집값은 자산적인 성격이 강하고 소비자물가지수의 조사대상으로 포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물가에 주택 등 자본재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국제노동기구(CPI) 매뉴얼을 근거로 들었다.

문제는 기재부가 인용한 국제노동기구(CPI)가 사실상 집값상승분을 훨씬 정확히 반영하는 '자가주거비'를 물가지표에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가주거비는 단순 임대료와 달리 자가주택을 유지하거나 자가주택처럼 주거형태를 유지할 경우 발생하는 모든 금융비용이다.

이는 계약기간에 따라 상승률이 고정된 임대료에 비해, 국민들의 실질적인 집값상승 부담을 반영해 미국의 물가지표에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엔 유럽중앙은행(ECB)도 자가주거비 적용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의 설명자료만 본다면 CPI가 월세 등 단순 임대료 증가분의 극히 일부만 반영하는 기존의 물가상승률이 옳다는 선입견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설명자료 발표 이후 CPI 권고사항에 대해 '인지'했음에도 보완된 설명자료를 내는 등 별다른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다.

또 '자가주거비를 국내 물가에 반영하고 있지 않지만 보조지표로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자가주거비'와 현행 물가에 반영하는 월세 등 '임대료'가 같거나 다른 개념이라는 설명 자체를 생략했다. 임대료 상승률의 일부를 반영하는 것이 집값상승으로 파생된 민간물가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도 설명하지 못했다.

반면 기재부와 함께 물가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한은은 자가주거비 문제에 한층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서영경 한은 금통위원 "자가주거비 등을 반영하면 물가 3% 중반"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코로나19 이후 통화정책 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자가주거비가 CPI에 포함되지가 않은 데다 관리물가 비중이 22%로 높아서 기조적인 하방압력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한다면 소비자물가는 8월 기준 2.6%가 아닌 3%대 중반이라고 설명했다. 집값을 반영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최대 4.6%에 달할 것이란 지적을 조심스레 수용한 셈이다.

또 서 위원은 지금처럼 주택가격 상승세가 높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가주거비를 포함시키면 소비자물가 수준이 저평가되는 것을 보완해 금리 정책의 과소 대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 금리 인상 혹은 인하 결정에 있어 물가안정 목표와 금융안정 목표가 상충하는 경우가 생겼을 때도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기재부의 임기응변식 답변과 달리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는 공론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관계자는 "현행 임대료를 근거로 책정된 국내 자가주거비는 미국 등의 기준으론 사실상 임대료에 가깝다"며 "기재부 국정감사에선 자가주거비 활용여부와 기준 추가책정 등을 질의하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기재부와 한은에 감사자료 요구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집값상승이 크게 반영된 물가가 3~4%대로 고공행진하면 물가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는 기재부와 한은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다"며 "특히 재정당국은 이 경우 집값하락에 따른 세수부족이나 경기하락 등의 변수보다 국민들이 고통받는 '집값급등' 문제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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