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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으면 무능, 알았다면 기만"…'왕릉뷰' 논란에 선 대방건설

뉴스1

입력 2021.10.04 06:05

수정 2021.10.04 21:20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김포 장릉 인근에 짓는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모습. © 뉴스1
김포 장릉 인근에 짓는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모습. © 뉴스1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편집자주]시공능력평가 1조4588억원. 시공능력평가순위 15위. 2021년 대방건설의 현주소다. 창립 30주년인 올해 자산 규모 5조원의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전국 곳곳에서 주택사업을 펼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성장 이면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높은 내부거래, 하도급 갑질, 부실시공 논란 등 어두운 그림자도 만연하다. 건설업계 안팎에서 대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적과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1은 '대방건설의 명과 암' 기획기사를 연속해 싣는다.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대방건설이 인천 검단신도시 내 '왕릉뷰' 아파트 건설 공사를 강행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함께 가처분을 신청한 대광건영과 금성백조는 기각됐지만, 대방건설만 유일하게 인용 결정이 나왔다.

대방건설은 법원 인용 결정문과 '입주민 재산권'을 앞세워 기존 20층 규모의 아파트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선 왕릉 인근 건축물을 지을 때 건설사가 직접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기본사항을 해당 건설사들이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한다.

◇"건설사가 기본사항 몰랐으면 무능·알았으면 기만행위"

4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3일 기준 17만명 이상 동의를 얻고 있다. '원상복구' 논의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문화재청이나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아파트를 그대로 두고 나쁜 선례를 남기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 "입주 예정자들에게 대안을 마련해서라도 문화재를 지켜야 하는것 아니냐"라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건설업계에선 아파트 브랜드 '대방노블랜드'로 알려진 대방건설이 문화재청 허가를 포함한 기본적인 절차를 몰랐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7년 1월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문화재 보존지역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문화재청이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한 바 있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는 "문화재보호법 제35조에 따라 왕릉 인근에 건축물을 지을 때는 건설사가 직접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모르고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즉 문제가 된 건설사들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아파트를 지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동네 구멍가게를 짓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올리는데 그런 절차조차 몰랐다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며 "알았다면 기만이고 몰랐다면 무능"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대방건설은 공사 강행 입장문을 통해 "허가를 내준 행정기관의 승인 결과를 신뢰했다"며 인천도시공사 등으로 책임을 돌렸다. 아파트 용지를 산 후 인허가권자인 인천 서구청의 경관 심의도 받은 만큼 억울하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지자체 관리소홀…대방건설 "층수 변경계획 없다"

건설사 주장대로 문화재청과 지자체도 관리 책임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공사 인허가를 거쳐 2019년 2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고, 이로부터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골조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도 유관 기관으로부터 그 어떠한 행정지시 또는 명령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법원 인용 결정문 이후 건설사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내년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해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도 대방건설이 문화재 가치 보호를 위해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아서다.

대방건설은 아파트 외관 색채나 패턴 등을 장릉과 어울리게 시공하는 등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변경해 공사하겠지만 층수(최고 20층)는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일단 시멘트 붓고 올리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대방건설의 태도에 분노한다"며 "이참에 아예 경복궁이랑 정릉에도 아파트를 올리고 보자"고 비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김포 장릉의 존재를 모르지 않았을 텐데, 일단 짓고 나면 허물기 어려운 점을 악용한 의도적 행위인 것 아니냐"며 "이미 준공된 아파트는 기준을 지켰는데,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관련자들을 다 문책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장릉삼성쉐르빌 아파트는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왕릉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설계해 2002년 준공됐다.

◇"입주민 고통 고려한 적극적인 방안 제시해야"

전문가들은 현장 공정이 많이 진행됐고 입주예정자들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건물 철거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재발방지책에 방점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로 불법 건축물을 용인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처럼 국민과 실질적으로 거래 관계가 성립하는 과정에서는 기업의 책임이 보다 엄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방건설의 입장문처럼 행정청이나 지자체로부터 어떠한 언질도 없었다고 하더라도, 건설의 주체로서 인지하고 대처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이어 "외관 변경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존 입장문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는 수준의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충분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입주민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최고 수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달 11일까지 공사중지 명령을 했던 3개 건설사로부터 개선책을 제출받아 검토할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법에 따라 원상회복 조치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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