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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가져와도 연장근로 못하니…" 뿌리·조선 "주52시간제 보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4 18:01

수정 2021.10.04 18:01

한정된 노동시간에 납기 못 맞춰
발주처에 신뢰 잃고 숙련공 이탈
월·연단위 연장근로 허용 등 요구
"일감 가져와도 연장근로 못하니…" 뿌리·조선 "주52시간제 보완해야"
성급하게 도입된 주52시간제가 한국 제조업의 보루인 뿌리·조선업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업종 특성을 무시한 표준화된 주52시간제 도입 탓에 숙련공 이탈이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보완책 마련은 뒷전인 형국이다. 정부가 이미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등을 확대했지만 특정 산업현장 실정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과 괴리감 큰 이상적 정책

뿌리·조선산업은 일감을 위탁받아 납품하기 때문에 업무가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변동성이 크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대개 24시간 공장을 가동해 2교대로 근무한다.



4일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주52시간제 때문에 바이어의 주문량을 맞출 수가 없으니 일감을 가져올 수도 없다"며 "주문량이 많아져야 수당이 늘어나고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지금 인력들도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그간 각종 연장근로 수당을 합산해 기본급의 2배 이상을 수당으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추가근무수당을 받을 길이 막혔다.

숙련공 이탈의 위기감이 큰 대표적인 업종은 조선업이다. 중국에 세계 1위 수주 자리를 내줬다가 올해 1위 탈환에 나선 조선업종은 조선기자재 협력사까지 산업생태계가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일감 수주가 들쭉날쭉한 점도 조선업종의 특성이다. 올해 수주가 대거 몰려 내년부터 본격적인 건조에 돌입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조선업종 내 52시간제 여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숙련인력 이탈과 한정된 노동시간 탓에 제때에 납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품질 하자가 생길 경우 발주처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틀에 박힌 노동정책 제고 시급

업계에선 업무 변동성에 대응하고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탄력근로제 재정비, 특별연장근로제 확대, 월·연 단위 연장근로 허용 등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연장근무를 최소 월 단위로 사용한도를 정해놓고 노사가 합의해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연화해야 한다"며 "또한 대상업무의 제한,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와 같은 까다로운 절차도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8시간 추가연장근무는 30인 미만(5~29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해 주고 있다.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1주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통해 일주일 최대 60시간까지 가능하다. 이를 5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고, 최소 월 단위로 노사가 합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긴급 수주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보완이 필요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수주에 따른 작업량 변동이 심하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해 유연근무제 요건을 준수하기 어려울 때가 생긴다"며 "특별연장근로 역시 최장 3개월인 짧은 인가기간 때문에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주 최대 52시간제를 준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그동안 보완된 유연근로제를 알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뿌리기업의 경우 금형, 주조 등 세부 업종별로 맞춤형 설명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어려움이 있는 업종이나 기업에 대한 제도 안내 및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 제공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